블록체인 기반 뉴스 스타트업 '퍼블리시' 창업자
암호화폐 이용한 '뉴스 코인'으로 독자에게 보상
"한국 언론, 포털 종속돼 뉴스 소비구조 바꿔야"
"독자도 데이터를 생성하는 주체로 인정해야"
“기사를 읽으면 보상을 받는다. 좋은 기사를 읽으면 더 큰 보상을 받는다. ”
이 짧은 문구를 실현하려고 회사를 차린 사람이 있다. 블록체인 기반 ‘뉴스 스타트업’ 창업자 권성민(38) 퍼블리시 대표가 언론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권 대표 이력은 간단치 않다. 미국에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산하 IB타임스의 사업총괄에서 시작해 미국 금융업계에서 일했다. 2015년 한국에 들어와 경제기사를 영문으로 제작해 해외 통신사에 판매하는 '이코노타임즈'와 블록체인 전문 ‘토큰포스트’ 등 언론사를 두 번 차렸다.
권 대표는 이후 뉴스를 본 독자에게 보상을 주는 ‘뉴스 코인’을 생각해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업모델이었다. 그는 업계에서 ‘혁명을 꿈꾸는 언론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서울 중구 퍼블리시 사무실에서 권 대표를 직접 만나 그의 독특한 사업 구상을 들어봤다.
- 언론사를 두 번이나 창간했는데, 뉴스 스타트업을 또 차렸다.
“언론사를 운영하면서 언론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한계를 마주하게 됐다. 그러나 언론은 없어선 안 될 존재라 망하게 놔둘 순 없었다. 한국 언론은 대형 포털사이트에 종속돼 뉴스가 소비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읽으면, 언론사와 독자의 관계가 약해진다. 과당 경쟁으로 콘텐츠 품질이 떨어지면서, 언론사의 수익구조에도 도움이 안 된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보통신(IT)기술을 접목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 무슨 기술인가.
“좋은 저널리즘에 대해선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DID(Decentralized Identifiers, 분산신원증명) 기술을 도입하려고 한다. DID는 중앙 기관이 아닌, 개인 디지털ID로 보증하는 방식이다. 독자가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방문해 좋은 기사를 읽으면, 언론사는 뉴스를 근거로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또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독자에게 보상한다. 또 ‘뉴스 기사 공증 시스템’을 통해 언론사가 발행한 기사 전문을 블록체인에 올려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팩트체크 시스템을 통해 가짜뉴스도 막을 수 있다.”
- '좋은 기사를 읽으면 보상 받는다'는 말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지금도 독자들은 네이버와 다음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읽고 공유하며 댓글을 달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무수한 데이터가 생겨났는데, 정작 독자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퍼블리시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이른바 R2E(Read-to-Earn)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 R2E 생태계가 무엇인가.
“뉴스 콘텐츠 소비자인 독자를 소비만 하는 수동적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참여를 통해 중요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주체로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상이 토큰(암호화폐)이다.”
-언론사가 퍼블리시가 구상하는 사업에 참여하게 할 유인책이 있나.
“충분히 있다. 우선 충성 독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사를 읽는 독자에게 보상을 줌으로써 홈페이지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생성한 데이터도 언론사 입장에선 소중하다. 광고 매칭이 대표적인 예다. 언론사가 직접 NFT를 발행하고 판매하면서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퍼블리시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기자협회 등과 파트너 협약을 맺었고 벤처캐피털 요즈마그룹 등에서 투자도 받고 있다.”
-퍼블리시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
“발행된 토큰 중 일부(0.02%가량)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참여하는 언론사와 독자가 많아질수록, NFT와 암호화폐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어 뉴스코인을 현금화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좋은 기사와 많이 읽히는 기사는 차이가 있다. 자극적인 기사가 많이 읽힐 텐데.
“단순히 클릭 수로만 뉴스를 평가하지 않는다. ‘좋은 기사’를 고민하기 위해 ‘퍼블리시 뉴스와 기술 연구소’도 최근 문을 열었다. 예를 들어 품을 들인 기획기사 등을 정독하고 많이 공유한 독자에게는 더 많은 토큰을 지급할 계획이다.”
-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We make News good again'이 우리가 내건 목표다. 좋은 기사를 읽은 독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좋은 기사를 쓴 언론사도 보상을 많이 받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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