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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국제질서에 잘 대응하려면

입력
2022.04.27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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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질서 재편 논의 활발
기술주권 공급망 대응 나서야
공급망 외 경제효율도 고려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질서 재편 논의가 활발하다. '탈세계화' '세계경제질서 재편' '미국의 공급망 재편' 등의 용어가 쏟아진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중 기술패권전쟁이 그 징후라고 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복관세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대중국 규제 및 압박을 시행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공급망 위기와 인플레이션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국제 석유, 식량, 원자재 값이 치솟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작년 6월 '공급망보고서(BUILDING RESILIENT SUPPLY CHAINS, REVITALIZING AMERICAN MANUFACTURING, AND FOSTERING BROAD-BASED GROWTH)'를 발간했다.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및 전략광물 등 4개 전략분야에 대한 공급망 실태를 점검하고, 안정적으로 재편 및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분야별로 원료, 기술, 생산의 자국화 또는 공급안정성 확대를 강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술주권, 경제주권, 리던던시(redundancy; 중복투자), 국내공급망 확충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그렇다면 경제의 탈세계화와 국제분업체계의 붕괴는 시대적 거대 흐름, 이른바 '메가트렌드'로 봐야 할까?

아니다. 미국 이외의 나라, 같은 선진국이지만 유럽연합(EU) 같은 곳에선 아직 큰 움직임은 없다. 미국만 해도 2018년부터 관세를 부과했던 중국산 제품의 60% 이상에 대해 관세면제를 최근 결정했다. 중국에서 저렴하게 공급되는 제품에 의한 소비자 이득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국제무역으로 얽혀 있는 현실에서, 당장 흔히 이야기하는 커다란 의미의 탈동조화 (decoupling)는 일어나기 어렵다. 위의 보고서도 4대 전략분야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없애자가 아니라) 줄이자는 것이며, 공급망에서의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최근 미국의 움직임은 당연한 반도체굴기 등으로 표현되는 중국의 기술도약 시도에 대한 견제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유무역체제에서도 주변부의 국가가 중심부 (첨단기술)의 중요한 핵으로 부상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한 이에 대응하는 기술경쟁은 당연하다.

한국은 위 보고서에 나오는 분야 등에서 나름대로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고 또한 강화하는 기술혁신전략이 필요하다. '2022 차기정부를 위한 공학한림원 정책총서 VI (2021)'에서는 국가 R&D의 전략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전략성에 새로운 국제 기술경쟁 상황의 변화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공급망 이슈는 있다. 리쇼어링 또는 국내 공급망 확충 등이 대안으로 논의된다. 하지만 나는 '전략품목'의 신흥 해외 공급망 확대 및 해외 생산기지 다변화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무역주도형 경제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뜯어고칠 수도 없고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공급 안정성 못지않게 경제적 효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제질서에서 우리가 프로액티브 (proactive)하면 좋을 것이다. 현재는 하지만 '잘' 리액티브 (reactive)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김연배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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