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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산울림 시대로 돌아간 1989년생의 기타 "과거에 대한 회상 담으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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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산울림 시대로 돌아간 1989년생의 기타 "과거에 대한 회상 담으려 했죠"

입력
2022.04.26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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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기타리스트 오지호의 1인 밴드 콩코드 최근 데뷔 앨범 '초음속 여객기'로 호평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기타리스트 오지호는 "밴드 이름을 지으려고 당시 읽고 있던 피천득의 수필을 아무 데나 펼쳤는데 콩코드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 쓰게 됐다"고 말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기타리스트 오지호는 "밴드 이름을 지으려고 당시 읽고 있던 피천득의 수필을 아무 데나 펼쳤는데 콩코드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 쓰게 됐다"고 말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1970년대에 콩코드라는 밴드가 있었나?’

콩코드라는 이름의 신인 밴드가 지난달 내놓은 첫 앨범 ‘초음속 여객기’를 아무 정보 없이 듣는다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될지 모른다. 첫 곡 ‘무지개꽃 피어 있네’의 첫 소절부터 시계를 50년 전으로 돌려놓는다. 신중현의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고색창연한 기타 연주에 산울림의 김창완을 얼핏 연상시키는 청아한 목소리 그리고 빛바랜 풍경 사진 같은 가사. ‘새파란 하늘에 무지개꽃 피어 있네 / 먼 산 위에도 무지개꽃 피어 있네 / 비에 젖은 하늘에 징검다리 되어서 / 무지개꽃 피어 있네 / 나 홀로 바라만 보네’

오래전 숨은 고수의 미공개 앨범이 뒤늦게 발굴된 게 아닌가 싶지만 콩코드는 1989년생 기타리스트 오지호의 1인 밴드다. 혼자 곡을 쓰고 모든 악기의 연주와 노래, 녹음까지 도맡아서 완성했다. 콩코드로는 처음 앨범을 냈지만 오지호는 오조 트리오의 리더로 ‘우물’(2017), ‘물거품’(2020) 두 장의 앨범을 낸 데뷔 6년차 음악가다. 고전적인 웨스 몽고메리나 짐 홀보다는 존 애버크롬비, 믹 구드릭에 가까운 컨템포러리 재즈를 연주하는 그가 밴드 활동을 잠시 멈추고 홀로 시간 여행을 떠난 이유는 뭘까.

1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오지호는 “원래 하고 싶었던 건 노래였다"고 말했다. 노래를 하려면 악기 하나는 배워야 한다는 어머니 조언에 기타를 시작했는데 너무 깊이 빠져서 뜻하지 않게 기타리스트로 활동해 왔다는 것. 그는 “2년 전 오조 트리오 2집을 낸 뒤 갑자기 이명이 생겨서 밴드 활동을 중단하게 됐고 코로나19로 시간이 많이 생겨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음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초음속 여객기’는 기타 음색부터 연주법, 가창, 가사까지 모든 게 1970년대를 향한다. 단순히 기교만 흉내 낸 수준이 아니라 당시의 정서를 온몸으로 흡수한 결과다. 그는 “고교 시절 신중현, 산울림, 들국화, 김민기, 정태춘, 어떤날 등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며 “무엇보다 가사의 힘이 너무 강하고 멜로디도 좋은데 깊이 있으면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란 점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1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기타 학원에 틀어박혀 완성한 이번 앨범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회상’이다. 20만~30만 원의 저가 기타로 낸 거친 질감이 한몫 거든다. 그는 “우선 내가 그리워했던 것들을 끄집어내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고, 이 앨범을 듣는 사람도 과거를 회상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곡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콩코드의 '초음속 여객기' 앨범 커버

콩코드의 '초음속 여객기' 앨범 커버

오지호는 옛 음악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이슬방울’ 말미엔 불을 뿜는 기타 즉흥 연주가 등장하는데 여기에 재즈와 사이키델릭 록이 뒤섞여 있다. “좋아하는 곡이 있어도 똑같이 따라 하는 카피 연주를 하진 않아요. 앨범을 만들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연주하거나 곡을 쓰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류가 될 뿐 제 음악이 아니니까요. 신중현이나 산울림과 비슷한 음악을 하려던 건 아닌데 자꾸 듣다 보니 그런 음악이 나온 것 같아요. 투박한 날것의 예스런 느낌을 살리면서도 멜로디나 기타 연주 같은 데서 좀 더 모던한 느낌을 주면서 저만 할 수 있는 걸 넣으려 했습니다.”

제주 출신인 그는 재즈 기타리스트로서도 남다른 길을 걸었다. 기타리스트 신중현도 아닌 개그맨 신동엽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쳤던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도입부 기타 연주를 듣고 “온몸에 전기가 흐르면서 음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고백부터 심상치 않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기타를 잘 치는 게 더 멋있어 보였다”는 그는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개인 레슨과 독학을 통해 재즈 기타를 배웠다. "싼 기타로도 연주를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데뷔 직전까지 전문가용이 아닌 저가 기타로 연주했다.

콩코드의 첫 앨범을 통해 그는 오랫동안 품어 왔던 '가수'의 꿈을 이뤘다. 예상 밖의 호평으로 자신감도 생겼단다. ‘초음속 여객기’는 음원과 카세트테이프로만 발매됐는데 하반기엔 바이닐(LP)로도 나올 예정이다.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 앨범에선 드럼을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연주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서 “두 번째 앨범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지만 드럼만은 최대한 실제 연주를 담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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