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남성모병원 빈소 조문
1975년 서울구치소 수감 동기
"50년 특별한 인연"… 고인 안식 빌어
“고인께서 저를 아주 많이 아껴 주셨는데 너무나 애통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1세대 인권 변호사’인 한승헌 변호사의 별세에 이같이 깊은 슬픔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과 독재 반대 시위로 구속됐을 때 고인과 감옥에서 인연을 맺었고, 이후 민주화운동의 길을 함께 걸었다.
문 대통령은 서울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고인은 사회적으로 아주 큰 어른이셨고 후배 변호사와 법조인들에게 아주 큰 귀감이 되셨던 분”이라고 애도했다. 고인의 부인 김송자씨는 “감사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을 마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한 변호사님의 영전에 깊은 존경과 조의를 바친다”고 했다. “당신은 영원한 변호사였고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었다”며 "삼가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빈다”고 했다.
고인과의 각별한 인연도 회상했다. 인연은 문 대통령이 경희대 4학년 때인 1975년 유신 반대 시위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대통령은 "한순간 낯선 세계로 굴러떨어진 캄캄 절벽 같았던 순간, 옆 감방에서 교도관을 통해 새 내의 한 벌을 보내주신 분이 한 변호사님이었다”고 했다. 고인은 당시 공안 조작 사건인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어떤 조사’라는 글을 기고했다가 구속됐다.
문 대통령과 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함께 변호하기도 했다. 1987년 인권변호사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우조선소 노동자 사망 사건’ 진상 규명 활동으로 구속됐을 때, 2004년 노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받을 때였다. 문 대통령은 “손꼽아 보니 한 변호사님과의 특별한 인연이 50년 가까이 되었다”며 “저를 아껴주셨던 또 한 분의 어른을 떠나 보내며 저도 꽤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고인은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뒤 5년간 검사로 근무했다. 변호사로 개업한 뒤에는 군사정권의 예술 검열 사건인 ‘분지 필화’(1965) 사건을 맡으며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이후 통일혁명당(1968) 민청학련(1974) 인민혁명당(1975)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1980) 사건 등 시국사건을 변호한 시대의 등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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