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엔 역대 최대 규모인 62개국 972명이 참가한다.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첫 국제 스포츠대회다.
개막 첫날 관심을 모은 나라가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이번 대회에 선수 2명과 감독 겸 단장인 매니저를 포함해 총 3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모두 한 가족이다. 남녀 선수인 다비드 하브릴로프(14)와 예바 하브릴로바(12)는 남매이며 매니저 루슬란 하브릴로프(43)씨가 둘의 아버지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참가가 무산될 뻔했던 이들은 폴란드를 거쳐 지난 18일 한국 땅을 밟았다. 루슬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와 함께 훈련했던 선수들은 전쟁 때문에 모두 집을 버리고 피란을 떠났다"면서 "우리 트레이너는 폴타바에서 800㎞ 떨어진 오데사에 있다. 우리 아이들은 줌을 통해 원격으로 훈련해 왔다"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지역은 러시아 포격으로 완전히 폐허가 됐다"면서 "우리 가족은 집에 남기로 했다. 전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우리가 운영 중인 태권도장을 내주고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슬란은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기량을 보여 줄 기회를 얻었다"면서 "승리를 확신한다. 이것이 우크라이나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매도 전쟁의 참상을 지켜봤다. 다비드는 "전쟁 중이라는 힘든 상황에서 대회에 참가했는데 우리는 예전부터 국제대회에 서고 싶었다. 우리 실력을 증명할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민족이 강하고 용맹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7년 정도 태권도를 했다는 이들 남매는 대회 첫날 유소년부(만 12∼14세)의 페어(2인조) 경기에 함께 출전해 13개 팀 중 7위에 올라 8명에 겨루는 22일 열리는 결승에 진출했다.
한편 한국은 첫날 공인 품새 30세 이상 여자 단체전에서 최영실(34·경희대 보람태권도장) 장명진(33·지인회태권도장) 김미현(36·한국체대중평태권도장)이 첫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지난 11번의 대회에서 단 한번도 종합우승을 놓친 적이 없던 한국은 68명(선수 57명, 코치진 11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이번에도 정상 수성을 노린다.
15년 만에 태권도 종주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24일까지 나흘간 공인품새 3개 종목(개인, 페어, 단체)과 자유품새 3개 종목(개인, 페어, 혼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원래 격년제로 열리는 대회지만 코로나19 탓에 2018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개최된 후 4년 만에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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