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박지영(26)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초대 여왕에 등극했다. 나흘 내내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고 통산 4승을 거둔 박지영은 우승 상금 1억8,000만 원과 함께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출전권을 획득했다.
박지영은 17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지영은 같은 조에서 동반 경기한 2위 이채은(23·12언더파 276타)을 6타 차로 크게 따돌렸다.
첫날 코스레코드 타이인 8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던 박지영은 2라운드 1타 차, 3라운드 4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고, 마지막 날은 격차를 더 벌리며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박지영의 KLPGA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이다. 2015년 신인왕인 박지영은 2016년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KLPGA 정규투어 첫 승을 신고한 뒤 2018년 효성 챔피언십과 지난해 11월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 이후 5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박지영은 우승 상금 1억8,000만 원과 함께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미스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출전권을 받았다.
다소 여유 있는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박지영은 전반에 4번 홀(파4) 보기와 8번 홀(파3) 버디를 맞바꿔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공동 2위이던 이채은, 이다연(25)에게 4타 차로 앞섰다. 이채은이 11번 홀(파4)과 12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2타 차로 따라붙은 게 사실상 유일한 '추격전'이었다.
박지영은 이어진 13번 홀(파4)에서 4.5m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다시 3타 차로 벌렸다.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건 17번 홀(파4)에서다. 박지영은 버디를 낚았고 추격하던 이채은은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내 순식간에 5타 차로 벌어졌다.
사실상 우승을 예약한 박지영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6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남겨 뒀으나 이마저도 깔끔하게 성공하며 이 대회 초대 여왕 등극을 자축했다.
박지영은 이번 시즌 개막전인 지난주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선 3라운드까지 3위에 올랐으나 마지막 날 7오버파로 부진해 29위에 그쳤는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 뒷심 부족이라는 오명도 씻어내게 됐다.
박지영은 경기 후 “4라운드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도 처음”이라면서 “오늘 너무 떨려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 끝까지 내 자신을 믿고 플레이한 점이 대견하다”며 활짝 웃었다.
첫 우승에 도전한 이채은은 자신의 정규투어 최고 순위를 남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2019년 KLPGA 1부 투어에 입성한 이채은은 데뷔 첫해 시드를 잃었다가 지난해 정규투어에 돌아왔지만 시즌 상금 98위에 그쳐 다시 시드순위전을 치러 정규투어에 복귀했다. 이채은은 지난주 시즌 개막전에서는 컷 탈락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나흘 연속 선전하며 투어 데뷔 후 첫 톱10 진입과 함께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쳤다.
2위로 출발했던 이다연은 한 타를 잃어 3위(10언더파 278타)로 밀렸다. 유해란(21)이 4위(9언더파 279타), 박현경(22)이 5위(8언더파 280타)로 뒤를 이었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유소연(32)은 공동 13위로 메인 스폰서 대회 나들이를 마쳤다.
한편, 이번 대회는 그 여느 때보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대회였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갤러리 입장이 30개월 만에 허용되면서 사실상의 ‘포스트 코로나’ 1호 골프 대회로 관심을 모았다. 나흘간의 대회 기간 동안 6,700여 명의 갤러리가 페럼클럽을 찾아 국내 최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겼다.
새로운 기록도 쏟아졌다.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대회 탄생을 축하라도 하듯 ‘홀인원 잔치’가 벌어졌다. 이번 대회에만 KLPGA 투어 역대 타이 기록인 5개의 홀인원이 터졌다.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도 2개나 나왔다. 대회 첫날에는 박지영이, 둘째 날은 이다연이 각각 8언더파 64타를 작성했다. 8언더파 64타는 2015년 KLPGA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이민영이 남긴 코스레코드와 타이 기록이다.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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