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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과 '현실화 로드맵' 비판한 감정평가학회장 "현 공시가는 실거래 연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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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과 '현실화 로드맵' 비판한 감정평가학회장 "현 공시가는 실거래 연좌제"

입력
2022.04.18 15:00
수정
2022.04.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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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제주대 교수, 공시가 제도 작심 비판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폐지해야"
"공시가 개선 의지 보인 원 후보자에 기대"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인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을 '실거래가 연좌제'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인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을 '실거래가 연좌제'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낙점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손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 후보자는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며 중앙정부 중심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제도를 비판한 대표적 정치인이다.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인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원 후보자와 공조하며 정부에 각을 세웠던 학자다. 2020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설치된 제주 공시가격 검증센터장을 맡아 수년간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정 교수는 차기 정부와 원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나치게 정의감에 의존한 정책은 생사람을 잡게 된다"며 "새 정부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성·투명성·중립성 부족이 공정하지 않은 공시가 도출"

정 교수는 현 공동주택 공시가격 제도의 △전문성 △투명성 △중립성에 모두 낙제점을 매겼다. 전문성이 부족한 한국부동산원이 산정 업무를 도맡으면서 공시가격이 '깜깜이 과세지표'가 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시가격 산정 시스템이 '정제되지 않은 실거래가격'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비판하면서 '실거래 연좌제'로 명명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뉴스1

지난달 2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뉴스1

정 교수는 "2019년까지 국토부의 '공동주택가격 조사산정 업무요령'에는 공시가격 기준이 되는 '적정가격'이 실거래 사례 중 최빈값이나 중앙값으로 규정돼 있었다"면서 "실거래 의존도가 크면 거래가 활발해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은 저가주택의 공시가는 쉽게 높아지는 반면, 거래가 뜸한 고가주택은 보수적으로 가격을 설정하게 돼 공시가격이 낮게 설정되는 경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의 1인당 평균 공동주택 조사 대상이 2만7,000가구(856동)에 달하는 점도 지적했다. 부동산원은 적정한 인력 규모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개별성이 중요한 산정 업무에서 현장조사가 꼼꼼히 이뤄지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부동산원이 제공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 산정 기초자료가 단 한 장 분량에 불과한 것도 '부실 조사'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 교수는 "미국은 각 지방정부 과세국에 공무원으로 고용된 감정평가사 수십 명이 조정 실거래가격에 기반한 '시장 접근법', 임대료를 현재 가치화하는 '소득 접근법', 대체 원가를 감안한 '비용 접근법'을 고려해 공시가격을 산정한 뒤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에게 30페이지에 달하는 조사평가 보고서를 제공한다"며 "부동산원은 156시간의 교육으로 조사자의 전문성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자격증을 따기 위해 최소 3년 이상을 분투한 감정평가사에 비할 바는 못된다"고 꼬집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업무를 지자체로 넘겨야"

지난해 4월 5일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4월 5일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 교수는 부동산원에 집중된 조사와 검증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는 그만한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지만 예산만 확충되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부동산정보환경을 감안해 공시가 공표 주기를 미국의 일부 주처럼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공시가 산정은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맡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현재 활동 중인 약 4,500명의 감정평가사 중 2,000명 정도의 인력을 투입하면 각 지자체에서 충분히 수행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인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 재수립'에 대해서는 "완전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토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그간 로드맵이 매년 3%씩 경직적으로 운영된 측면이 있어 용역과 공청회를 거쳐 일정 부분 보완하려 한다"고 밝혔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여러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화율 대신 국회 논의가 필요한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과세 정책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게 조세법률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면서 "원 전 지사가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만큼 과거에 보여준 제도개선 의지가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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