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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가 현금보다 낫다”…상하이는 지금 물물교환 시대

입력
2022.04.17 13:00
수정
2022.04.17 13:57
16면
0 0

식료품 구매 어려워 단톡방서 거래
당분·단백질 섭취 위한 콜라· 달걀 인기
中 매체 "물물교환에는 평등한 신뢰"

상하이 푸둥 지역의 한 아파트 로비에 콜라(왼쪽) 등 각종 음식물이 놓여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렵게 된 상하이에서는 최근 서로 필요한 식료품을 맞바꾸는 식의 물물교환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펑파이 화면 캡처

상하이 푸둥 지역의 한 아파트 로비에 콜라(왼쪽) 등 각종 음식물이 놓여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렵게 된 상하이에서는 최근 서로 필요한 식료품을 맞바꾸는 식의 물물교환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펑파이 화면 캡처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에 거주 중인 A씨는 최근 자신이 갖고 있던 콜라 열두 캔을 아파트 로비에 놓아 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지난달 28일부터 봉쇄 조치에 돌입, 주민 모두가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자신이 가진 콜라라도 이웃들과 나눠 마시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며칠 뒤 콜라가 놓여 있던 탁자 위에 핫소스와 우유, 야채, 고기, 장난감들이 하나둘씩 놓이기 시작했다. 이웃 주민들은 자신이 가진 다른 물건들로 콜라 값을 대신한 것이다. 이후에도 탁자 위엔 다양한 식료품과 물건들이 놓이기 시작해 자연스럽게 물물교환 시장을 형성했다.

봉쇄 3주째인 상하이는 지금 '화폐 경제의 역행'을 몸소 체득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봉쇄 조치로 동네 마트에 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데다, 어렵사리 마트에 갔다 쳐도 마트 매대에는 이미 식료품이 동이 난 상태다. 주변 다른 도시에서 먹을 것을 긴급 지원하고 있지만, 언제 지원 물품을 받을 수 있을지 기약조차 없는 상황에서 시나브로 물물교환에 나선 것이다.

거래는 주로 채팅방에서 이뤄진다. 같은 봉쇄 구역에 있는 주민들이 채팅 앱인 위챗에 단체방을 만들고, 여기서 "배추 남으신 분 있나요? 라면 2개 드리겠습니다"라는 식으로 거래 조건을 띄우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식료품은 콜라와 달걀이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콜라와 달걀이면 원하는 모든 물건을 구할 수 있다. 현금보다 낫다"고 전했다. 콜라의 당분과 달걀의 단백질이 현금 가치를 능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의 끼니 해결이 급하니, 태블릿PC 같은 고가의 전자 기기가 급매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교환할 만한 물건이 없는 경우 '노동'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대의 상하이 주민 잉청투어씨는 최근 이웃으로부터 오렌지 2개를 받았다. 하지만 등가가 성립될 만한 식료품이 마땅치 않았다. 잉씨는 그 이웃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고양이와 놀아주는 것으로 오렌지 값을 대신하겠다"고 제안했다. 봉쇄 탓에 오랜 시간 집에 혼자 지내고 있던 잉씨는 "내 방에 동물이 한 마리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겉보기에 불평등해 보이는 이 물물교환의 뒤에는 실은 평등한 신뢰가 있다"고 평가했다. "격리가 길어져 불안하지만, 그 대가로 사람들과 물건을 공유하는 놀라움과 행운도 거둘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반면 굶지 않기 위한 상하이인들의 자구책을 언제까지 '나눔의 미학'으로 포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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