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본래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사회에서 소금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조계종은 현재 많은 분란으로 안으로나 바깥으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 있다. 조계종은 불교 본연의 수행의 가치를 찾아감으로써 불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한편, 종헌ㆍ종법과 대중의 의견을 기초로 움직이게끔 운영돼야 한다."
박정규 전국민주연합노조 대한불교조계종지부 기획홍보부장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8일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절터 초석에 앉으면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두 사람이 비지정 문화재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닷새 뒤에는 2015년 서울 조계사에 경찰을 투입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검거하자고 주장했던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문재인 정부가 특정 종교에 치우쳤다고 주장하면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불교계 안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조계종이 불교 폄훼와 탄압에 맞선다는 주장부터 조계종의 대응이 지나치다고 보면서도 상황 판단에는 동의하는 평가도 있다. 반면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자승 전 총무원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종단 행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계종이 1월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 기획홍보부장을 맡고 있던 박정규 종무원(직원)을 해고하자 참여연대 등 75개 노동 및 시민사회단체가 연대 성명을 통해 “자승 전 원장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부장은 지난해 불교계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승 전 총무원장 등이 주도했던 삼보사찰 순례를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걷기 쇼"라고 언급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박 부장은 종단이 소수 의견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비판하면 종단에 해를 끼치는 ‘해종 프레임’이 씌워진다고도 설명했다. 박 부장과 노조는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를 신청한 상태다. 박 부장은 “노조는 이번 사건을 부당해고라고 본다”면서 “팟캐스트 발언은 노조 활동 일환으로 종단 민주화를 위해 종단 질서 훼손을 비판한 것인데, 이것을 두고 종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해고 사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부장은 “노조가 감로수 생수사업과 관련해 자승 스님의 배임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노조원 2명이 징계를 받고 해고됐지만 대법원에서 해고가 부당했다는 판결을 받고 지난해 11월 모두 복직했다”면서 “이번 건도 박정규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닌 노조 탄압의 성격이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자승 전 총무원장이 재임기간 하이트진로음료와 조계종이 진행한 생수사업에서 발생한 수수료 일부를 제삼자 업체에 지급하도록 했다고 2019년 검찰에 고발했으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불교계에는 종단의 문제를 종단 바깥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있다. 내부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밖에서 이야기하는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 부장은 “외부 입장에서 보면 조계종 문제는 그냥 조계종 문제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종교는 한국 사회의 권력 가운데 하나로, 종교에 대한 정부 지원과 관계된 문제나 세금 등 다양한 문제가 사회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 문제는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둘 문제가 아니며 종교가 투명화되고 사회와 정상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사회가 망가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은 전국승려대회를 비롯한 여러 행사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진행됐고, 박 부장의 해고 역시 노조 탄압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 부장 개인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징계였다는 이야기다. 노동법에 따라 복직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조계종 총무원 내부에도 노조와 의견이 다른 종무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박 부장의 발언을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조계종 관계자는 “노조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전 총무원장에 대한 비판은 넘어가더라도 유튜브에서 종정 예하를 비난한 것은 종단이 넘어가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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