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일선 충북환경연대 대표
BTS와 한국드라마·영화가 세계인을 행복하게 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구촌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쳐 삶을 어렵게 하는 '세계일체' 시대에 살고 있다. 뛰어난 과학자를 초빙하기 위해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고 우수한 경영인과 체육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도 기업과 구단 간 샅바 싸움이 극심하다. 이런 시대에 인천 출신은 서울시장을 할 수 없고 서울 출신은 충북지사를 해선 안 된다는 후진적인 정치 문화에 대한민국은 아직도 빠져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시민단체의 공정선거 목표는 지연과 혈연, 학연을 벗어나 정책을 보고 투표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충북도청 앞에는 ‘출향 정치인은 돌아가라, 000은 충북에 다시 오지 마라, 000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수많은 조화(弔花)가 설치됐다. 그간 수도권을 활동근거지로 삼다가 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들의 실명을 들어가며 망신주었다.
당연히 다양한 검증이 자유롭게 표현돼야 한다. 하지만 기존 단체와 혼동을 줄 수 있는 묘한 이름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이는 그 동기를 의심 받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결국 지역 연고주의를 조장해 그 어떤 목표를 이루려는 것 아니였던가? 이를 실행한 이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도민 앞에 얼굴을 보이며 사과해야 한다.
낙하산 타고 와도 좋다. 행복하게만 해 다오. 인공위성 타고 와도 좋다. 삶의 질만 높여다오. 민주주의 가치를 높이고 공정과 상식이 진정으로 통하는 ‘민(民)’이 주인이 된 나라와 지역을 만들어 준다면 고향이 어디든, 어느 학교를 다녔든, 성씨가 어떻든 중요하지 않다. 다만 낙하산 타고 왔다가 낙선하거나 임기 끝나면 헬기 타고 도망치 듯 지역을 떠나가는 것에 시민들이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정치문화가 얼마나 뒤떨어졌으면 차라리 외국인에게 지사와 시장·군수, 국회의원을 맡기고 싶다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나올까. 학년과 지연, 혈연에 얽매여 작은 이익을 추구하려 하지 말고 능력 있고 품성이 된 이들을 잘 가려내 함께 누리는 큰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유권자 의식은 저만치 가 있는데 과거적 방식으로 선거문화를 혼탁하게 하고 도민 분열을 유도해 내는 저급한 행태는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어느 곳에 오래 살아야 그 지역 출마 자격이 주어진다면 어찌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공장을 짓고 상품을 팔 수 있으며 그 반대도 가능하겠나? 기업인도 문화체육인도 대중연예인도 세계를 무대 삼아 춤추고 있는데 오직 정치만이 땅을 가르고 갈라 담장을 높이 치고 있다. 부족국가 시대도 아닌데 후보자든 단체든 연고주의 조장하지 말고 균형발전과 인구와 출산, 일자리, 방역과 경제회복 등 굵직하고 섬세한 정책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이젠 안녕 연고주의, 능력 품성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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