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 원 미만 상장사 92%
여성 사외이사 아예 없어
자산총액 2조 원 미만의 국내 상장사 가운데 90% 이상이 여성 사외이사를 단 한 명도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를 특정 성이 독식하지 않도록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규정한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에선 제외된 사례이지만 두꺼운 '유리천장'은 여전한 셈이다.
13일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사외이사가 있는 자산총액 2조 원 미만 기업 2,040곳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곳이 무려 1,872곳에 달했다. 이는 전체의 91.8%에 해당하는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 172곳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기업이 17.4%(30곳)에 불과한 점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격차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한 개정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 여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사외이사는 그간 남성이 대부분이었는데,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상장사의 이사회를 특정 성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 영향으로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 기업들은 올해 주주총회까지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자산총액 2조 원 미만의 상장사들은 기존 남성 중심의 의결권 행사 구조를 깨뜨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들은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 정기 주주총회 등을 통해 총 172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했고, 신규 이사 중 68명(39.5%)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작년 말 13.3%에서 최근 20.9%로, 7.6%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자산 2조 원 미만의 상장사들은 올해 891명의 사외이사를 신규로 선임했고, 이 중 여성 비율은 4.8%(63명)에 그쳤다. 이들 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지난해 말 4.0%보다 0.8%p 높은 4.8% 수준이었다.
굳이 법 적용 대상 여부를 따지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업계에선 여전히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낮단 의견도 적지 않다. 조사 대상 상장사 2,212곳의 전체 사외이사 수는 총 4,641명으로, 여성 사외이사는 350명(7.5%), 남성은 4,291명(92.5%)이었다. 이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소속된 기업의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율이 지난해 30%를 넘어선 경우에 비하면 큰 차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10.9%로, 코스닥 상장사(4.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 대부분이 코스피에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스피 상장사의 업종별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금융업이 16.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전기·전자(14.0%), 유통(13.9%), 서비스(13.5%), 기타(12.1%), 화학(11.1%)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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