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노인만 최소 인구 4억명...
물리적으로 당장은 불가능
위드냐 제로냐...서방과의 체제 경쟁
“한국 옷에서 감염”... 외부 탓
美, 상하이영사관 비필수인력 철수명령
상하이발(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정책(칭링·淸零)이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중국 정부는 기존 방역정책을 고수할 의지를 다지는 분위기다. 오미크론의 치사율이 낮다고 해도 4억 명이 넘는 감염 취약계층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물리적 이유에다 뒤늦게 '위드 코로나'로 전향할 경우 서방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정치적 우려가 칭링을 포기할 수 없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칭링 회의론이 떠오른 것은 지난달 28일부터 봉쇄에 돌입한 상하이 상황 탓이 크다. 12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상하이의 신규 감염자는 2만3,342명으로 집계됐다. 10일(2만6,087명)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2주간의 봉쇄에도 불구하고 2만 명대의 확진자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시안, 광저우, 톈진 등이 봉쇄 효과를 비교적 누린 반면 감염 사례 대부분이 오미크론 변이인 상하이에선 중국식 방역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국 인구 8배가 감염 취약계층
상하이시 당국은 11일 감염자 발생 정도에 따라 도시를 봉쇄통제구역, 관리통제구역, 방어구역 등으로 구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방어구역으로 지정된 43% 지역 주민들은 2주 만에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식량난에 몰린 주민들의 자구책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지,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완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거대한 인구'가 제로 코로나로 돌아설 수 없는 이유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은 땅이 광활한 데다 각지 의료 여건상 차이, 백신 접종 불균형이 존재한다"면서 노인 인구가 많은 중국의 인구 특성을 거론하는 한편 "칭링은 최소한의 대가로 최대한의 방역 효과를 거두는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본토 인구는 14억1,178만 명으로 이 중 14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은 각각 2억3,383만 명과 1억9,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인구의 8배에 달하는 4억 명 이상이 감염 취약계층이라는 얘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백신 접종률을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인구 중 1억3,000만 명이 여전히 백신 미접종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진둥옌 홍콩대 교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지속될 수 없다"며 "공격적으로 노인 접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이 틀렸다" 증명 절실
중국 내에선 제로 코로나를 서방과의 '체제 경쟁' 차원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관영 환구시보는 11일 사설에서 "영국이나 미국 같은 나라가 위드 코로나를 하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을 몰아내는 잔인한 다윈주의"라고 비난했다. 이어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의 의료 시스템이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으로선 최선의 선택임이 증명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옌중황 미국외교협회(CFR) 세계보건담당 선임연구원은 최근 CNN에 기고한 글에서 "제로 코로나 포기는 중국의 정치시스템이 서방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해 온 (시진핑 국가주석) 정권의 정통성을 해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정치적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서방의 방역, 즉 위드 코로나는 실패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하는 입장이란 뜻이다.
"캐나다 우편물 때문에, 한국산 의류 때문에"
중국 방역의 우수성을 방어해야 하는 탓에 바이러스 유입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캐나다와 미국에서 들어온 국제 우편물과 냉동 식품을 오염원으로 지목했던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가 한국 수입 의류와 연관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의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한국을 포함해 중국이 오염원으로 지목하는 국가들은 모두 위드 코로나를 실천하고 있는 곳들"이라며 "위드 코로나로 전향할 경우 한국처럼 확산세가 폭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11일 중국 상하이 주재 자국 총영사관의 비필수 인력 철수 조치를 내렸다. 국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현지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및 이와 관련한 봉쇄조치의 영향으로 미국 공무원과 그 가족에게 철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앞서 8일 중국 당국의 코로나19와 관련한 제한 조치와 현지법의 자의적 집행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자국민의 중국 여행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