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지급서비스 등 전금법 개정안 분석
은행-비은행 경쟁으로 예대마진 축소 전망
예금자 보호는 한계… '중개형 예금' 도입 제안
빅테크 기업이 지급결제서비스에 진출해 이른바 ‘네이버 계좌’가 가능하게 되면 예금 금리가 높아지고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규제 수준으로는 예금자 보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용자 자금을 예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2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보완과제’ 보고서를 통해 “지급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면 은행 예대마진이 축소돼 금융소비자 후생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용자 자금이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11월 국회에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전면개정안에는 ‘빅테크’ 기업이나 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지급서비스를 개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이 통과되면 이들도 △현금입출금 △급여이체 △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전자상거래와 금융업무를 연계하는 등 업권을 넘나드는 새로운 경쟁이 에상된다.
가시적 변화는 은행과 신규 사업자의 예금 유치 경쟁이다. 이미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코나아이 등 이른바 ‘4대 빅테크’ 기업의 선불충전금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1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들이 지급서비스에 본격 뛰어들면 은행 자금의 이동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은행이 빅테크와 경쟁하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0~2020년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은행 결제성 예금이 1% 줄어들면 예금 금리는 1년간 0.29%포인트 상승했고, 대출금리 상승 폭은 0.17%포인트 수준이었다.
황 연구위원은 “대출시장은 전 금융권에 일정 부분 개방돼 있어 별도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대출금리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업이 은행은 아니기 때문에 예금 수준의 보호를 받기가 힘들다. 법 개정안은 예금자 보호를 적용하지 않는 대신 지급서비스 사업자가 이용자 자금의 50~100%를 제3의 은행 등에 별도로 예치해야 한다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이용자 예치금을 사업자 명의가 아닌 각 이용자 명의로 예금하고, 이를 통해 일반 은행 예금과 마찬가지로 5,000만 원까지 보호하는 ‘중개형 예금’ 방식이다.
황 연구위원은 “사용자가 경영 위험에 직면하면 이용자 자금을 유용할 가능성이 있고, 보증보험 가입 의무, 안전자산 투자 의무 역시 한계가 있다”며 “중개형 예금은 현행 예금보험료 부과 체계를 바꿀 필요가 없어 실행 가능성이 높고, 사업자 수용성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