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역대급 ‘타저투고’ 현상이 뚜렷하지만, 마이크 터크먼(32ㆍ한화)과 김현수(34ㆍLG) 한유섬(33ㆍSSG) 만큼은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며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팀 별 8경기씩 치른 11일 현재 올 시즌 리그 전체 타율은 0.231리로, KBO리그 41년 역사상 가장 낮은 ‘물방망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직 시즌 극초반이긴 하지만, 역대 최저 타율이었던 지난 1993년(0.247)보다 1푼6리나 낮고 리그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0.623으로 1993년(0.668)에 훨씬 못 미친다. 반면 마운드는 기세 등등하다. 리그 평균자책점이 3.16으로, 역대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1986년(3.08)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런 타저투고 시즌에도 연일 방망이를 뜨겁게 달구는 이들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KBO리그에 첫 선을 보인 한화 터크먼이다. 타율(0.484) 안타(15개) 2루타(5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ㆍ6경기) 등 여러 부문에서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또 OPS 2위(1.242)에 장타율 3위(0.742) 등 타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와 주루 등 수치화되지 않은 부분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2일 두산과 개막전에서는 좌익수로 출전해 중견수-좌익수간 잘 맞은 공을 20여m 질주해 잡아냈고, 이튿날엔 페르난데스(두산)의 좌전 안타 때 1루 주자가 2루를 돌아 3루로 향하자 정확한 송구로 잡아냈다.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간 뒤에도 상대 빈틈을 타 안타를 2루타로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타석당 투구수도 1위(4.8개)고 헛스윙 비율도 리그 외인 타자들 중 1위(6.7%)다.
다만 득점권타율이 0.167에 3타점으로 클러치 상황에서 약점을 보이는 점은 아쉽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타격을 할 줄 안다”며 “외인 타자는 리그 적응이 관건인데, 터크먼은 타석에서 참을성도 좋고 접근법도 뛰어나다. 어느 리그든, 어떤 (스트라이크) 존이든 잘 적응할 유형”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김현수와 한유섬은 클러치 상황에서의 호쾌한 장타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김현수와 한유섬은 나란히 타율 공동 5위(0.406)에 올라 있고, 장타율도 김현수가 1위(0.844) 한유섬이 2위(0.750), OPS 역시 김현수가 1위(1.301) 한유섬이 3위(1.179)로 연일 불방망이 쇼를 펼치고 있다. 특히 김현수는 홈런을 4개(1위)나 때려내며 ‘베테랑의 힘’을 과시 중이고, 한유섬은 15타점(1위)이나 생산하며 ‘클러치 히터’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2006년 데뷔한 김현수는 그간 ‘타격 기계’로 이름을 날리긴 했지만, 장타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두산 소속이던 2009년 장타율 3위(0.589)에 이름을 올린 이후론 2018시즌 9위(0.589)가 전부다. 2012년 데뷔한 한유섬 역시 타점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른 것은 지난 2018시즌(6위·115타점)과 2020시즌(10위·95타점) 정도다. 김현수·한유섬의 활약과 함께 소속 팀인 LG는 리그 2위를(7승 1패), SSG는 1위(개막 8연승)를 질주 중이다. 김원형 SSG 감독은 한유섬에 대해 “겉으로 표현은 안 하지만 자기 훈련을 잘 하는 성실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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