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롯데콘서트홀서 5년 만 내한 리사이틀
2020년 발표 앨범 ‘미궁’ 수록곡 무대서
사티의 '짐노페디 1번' 비롯 쇼팽·바흐 등
"대중의 사랑을 얻으면 성공한 삶이라고는 생각해요. 다만 아티스트(음악가)로서의 삶은 훨씬 복잡합니다. 내면의 세계, 존재감, 형상화되지 않은 상상력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해야 하죠."
조지아 태생의 프랑스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34)가 5년 만에 내한 독주회를 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한 차례 공연이 밀리면서 1년가량 늦어진 한국 관객과의 만남이다. 2019년 KBS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 적이 있지만 독주회는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그는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에 대한 설렘을 밝게 표현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진중한 생각을 전했다.
여섯 살 나이로 조지아 트빌리시 챔버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 무대에 선 부니아티쉬빌리는 이른 나이 '성공한' 피아니스트다. 2010년 소니 클래시컬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5장의 솔로 앨범과 3장의 협연 앨범을 냈고, 독일의 권위 있는 클래식 음반상 '에코상'을 두 차례(2012·2016년)나 받았다. 유려한 기교 속에 서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탁월한 연주로,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로부터 "뛰어난 재능과 표현력을 지녔다"는 평도 들었다.
그런 행보의 다음 행선지는 어딜까. 돌아온 답변은 '진짜' 음악가로서의 삶이었다. "음악적으로 무엇을 더 갈망하는가를 묻는다면, (대중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통해 내면의 얘기를 풀어나가며 소통하길 바랍니다." 외면적 성공보다는 고단할 수 있는 음악가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가 보인 답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그는 평소 난민, 인권, 환경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2020년 유엔난민기구(UNHCR) 창립 70주년 기념 시리아 난민을 위한 콘서트, 2017년 우크라이나 키이우 자선 콘서트 등에 참여했다.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를 위한 연대' 무대에서 쇼팽의 연습곡 12번 '혁명'을 연주하며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 데 동참했다.
이달 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공연은 2020년 발매한 앨범 ‘미궁’(Labyrinth)을 모티프로 삼았다. 부니아티쉬빌리는 "미궁 속에 빠져 느끼는 감정의 복잡성은 마치 인간의 뇌와 같다"면서 "인간의 뇌는 비극을 겪으며 행복한 감정도 느낄 수 있는 매우 복잡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런 복합적 감정을 무대에서 풀어나가겠다는 얘기다. 작품 하나보다는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야기로 듣고 느껴달라고도 강조했다. 음반에 실린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을 비롯해 쇼팽, 바흐, 슈베르트 등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팬데믹을 겪으며 느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같은 경험을 한 관객에게 이번 공연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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