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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발 "쨍그랑"... 윤석열 당선인-안철수, 냉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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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발 "쨍그랑"... 윤석열 당선인-안철수, 냉기류?

입력
2022.04.1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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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입각 의사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대선 전인 지난달 3월3일 야권 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오대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대선 전인 지난달 3월3일 야권 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오대근 기자

'공동 정부'를 향해 순항하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사이에 11일 "쨍그랑" 소리가 났다.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인수위원직을 돌연 사퇴한 것. 구설, 비위로 인한 강제 사퇴가 아닌 자진 사퇴였다.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돼 온 이 의원은 입각 의사도 없다고 선언했다. 입각을 사양하는 수준을 넘어 인수위원직까지 던진 것은 물밑에서 상당히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 측과 안 위원장 측은 즉각 수습에 나섰다. 안 위원장 측은 "이 의원 개인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없던 일'이 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두고 두고 권력 싸움의 불씨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최측근' 이태규, 초유의 인수위 사퇴

이 의원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이었다. 그는 11일 인수위 출입기자 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퇴를 알렸다. "코로나19 자가 진단 양성 반응으로 직접 말씀드리지 못하고 서면으로 공지한다"면서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 드린다”고 했다. 1시간 뒤 인수위는 “구체적인 사퇴 이유 및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선 현재로서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이 의원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의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인수위에선 국정 과제 선정 총괄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었다. 그런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 결정은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과의 사이에 이상 기류가 흐른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2월2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2월2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내각 인사 갈등? 안철수 추천 인사 잇단 배제

인수위에선 안 위원장 측의 '인사 불만'이 결정적 이유라는 얘기가 오르내렸다. 공동 정부의 핵심은 '통합 인선'이다. 지난 달 인구위 구성 당시 인수위원 24명 중 8명을 안 위원장 추천 인사로 채운 것은 공동정부 정신을 살리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10일 윤 당선인이 발표한 장관 후보자 8명 중 안 위원장 측 인사는 1명도 없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장관은 안 위원장이 후보군을 적극적으로 추천했으나, 윤 당선인과 인연이 깊은 후보들이 발탁됐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인사를 놓고 깊이 협의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이르면 13일 발표될 장관 10명 추가 인선에 '안심(안 위원장의 마음)'이 반영될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이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로 거명됐고 본인도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 당선인은 행안부와 법무부 장관엔 현역 의원은 배제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역 표심이 달린 자리라 나눠 갖기 어렵다"는 관측도 잇달았다.

안 위원장과 이 의원은 이를 '냉대'의 사인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 측이 '지분 나누기'를 거절하면, 안 위원장 입장에선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안철수 “책임은 인사권자가 져” 달라진 기류

미묘한 갈등 기류는 안 위원장 발언에서도 포착됐다. 그는 지난달 30일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직을 고사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하면서 "자격 있고 깨끗하고 능력 있는 분들을 장관 후보로 열심히 추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2선으로 물러나지만, 추천 인사들을 입각시켜 공동 정부 취지를 강화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1차 내각 인선안 발표 직후 안 위원장의 언급엔 싸늘함이 흘렀다. 그는 "(윤 당선인) 본인이 판단하기에 최적의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겠나”라고만 했다. '사전에 인사 조율을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인사에 대한 결정은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새 정부 출범 전 공동정부론은 흔들릴 가능성

이 의원 사퇴의 파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인사 불만이 진짜 이유라면, '공동정부 합의'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동 정부 달성을 위한 전제 조건은 인사인데, 새 정부 출범 전에 일이 터진 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상대적으로 더 큰 정치적 상처를 입는 것은 윤 당선인이다. 우선 신의와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상당하다. 1차 내각 인선이 '통합과 균형'의 메시지를 제시하지 못해 2차 인선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 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양측 수습 안간힘... 안철수 측 "이 의원 개인 판단"

다만 양측은 일단 진화하는 태도를 취했다. 안 위원장 측은 "이 의원의 사퇴가 안 위원장과 조율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안 위원장 거취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12일 인수위원장으로서 예정된 일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장제원 비서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인사 문제에 대해) 오늘 오전에도 안 위원장과 한 시간 정도 이런저런 현안 말씀을 나누는 등 자주 만나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 의원과 저는 이 정권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갖고 있으며, 신뢰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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