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타이거 우즈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 호쾌한 장타를 보여주지는 못해도, 그린재킷을 걸치지는 못해도 올해 오거스타의 진짜 챔피언은 우즈였다.
우즈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골프 최종 라운드에서 6오버파 78타를 쳤다. 최종 성적은 13오버파 301타로 컷을 통과한 52명 가운데 47위에 그쳤다.
최종 라운드에서 늘 입는 빨간 셔츠에 검정 바지의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그는 첫날만 1언더파를 쳤을 뿐 2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타수를 잃었다. 특히 3, 4라운드에서는 자신의 마스터스 최악의 스코어 78타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그는 경기 후 환하게 웃으며 18번홀 그린을 벗어났다.
우즈의 복귀전을 아무도 '실패'로 보지 않는다. 그는 14개월 전에 자동차 사고로 두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다시 걷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다시 필드로 돌아갔다.
난도 높은 코스에 중압감도 갑절인 메이저대회에서 그는 컷을 거뜬히 통과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그는 조금씩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나흘 동안의 라운드를 완주했다. 큰 사고를 당한 47세의 노장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미국 언론은 '작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관심을 독점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이례적으로 월요일부터 떠들썩했다. 우즈가 공개적인 연습 라운드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 사상 최다 관중이 몰렸다. 출전 여부도 밝히지 않았는데 모든 시선은 우즈에게 쏠렸다.
1라운드도 우즈, 2라운드도 우즈, 3라운드도 우즈가 주인공이었다. 최종 라운드도 다르지 않았다. 챔피언조 티오프 시간이 3시간가량 남아 있었지만, 현지 시간 오전 10시 50분 티오프한 우즈를 보려고 1번 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수갈채와 응원 함성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떠나갈 듯 울려 퍼졌다. 18번 홀 두 번째 샷을 하고 그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늘어선 팬들은 발을 구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를 마친 뒤 18번 홀 그린을 벗어나 클럽 하우스로 걸어가는 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우승을 확정한 챔피언의 행진처럼 보였다.
대회 기간 내내 팬들은 “힘내라, 타이거”를 연호했다. 그는 등장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영원한 챔피언’이었다.
한편 올해 ‘그린재킷’의 주인공은 미국의 스코티 셰플러였다. 셰플러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친 그는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셰플러는 최근 6개 대회 중 4개 대회에서 정상에 서는 괴력을 보여줬다. 첫날 선두에 올랐던 임성재(24)는 4라운드 합계 1언더파 287타를 기록, 공동 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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