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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 헌혈 불가' 확진자 폭증에 "포켓몬빵 선물"아이디어까지 나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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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 헌혈 불가' 확진자 폭증에 "포켓몬빵 선물"아이디어까지 나왔지만

입력
2022.04.23 14:00
수정
2022.04.23 15:56
0 0

오미크론 대유행 한 3월에만 1,000만 명 확진
확진자 '재택 치료 1주+완치 이후 4주' 헌혈 불가
단체 헌혈 감소, 확진자 폭증에 혈액 부족 '이중고'
"포켓몬빵 주며 헌혈 유도" 제안에 SPC "어렵다"

삼립SPC 공식 인스타그램에 제기된 건의사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삼립SPC 공식 인스타그램에 제기된 건의사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SPC삼립에 '포켓몬빵' 대란을 헌혈 독려에 활용하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이 삼립 공식 SNS에 "헌혈 돌풍을 일으켜 포켓몬빵 대란을 긍정적인 사회현상으로 바꾸어 보는 게 어떨까요"라며 현재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포켓몬빵을 증정해 '혈액난'을 해결하자고 제안한 것. 이에 삼립 측은 '유관 부서에 내용을 전달했다'고 답했다.

누리꾼들은 "얼마나 혈액량이 부족했으면 포켓몬빵 업체에 문의를 하나. 조만간 헌혈하러 가야겠다(gan******)", "포켓몬빵 회사랑 거래해서 준다고 하면 많이들 할 것 같은데(dap*******)"라며 우려와 기대를 표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김대성 수급관리팀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SPC삼립과 상호 협의를 진행했다"며 "SPC삼립이 현재 납품 수량도 맞추기 어렵고 추가 물량 공급이 불가능해 앞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고 7일 밝혔다.


한 달 확진자 1000만 명, 사라진 헌혈자

헌혈의집 서울역센터의 혈액 보유 현황판. 소진영 인턴기자

헌혈의집 서울역센터의 혈액 보유 현황판. 소진영 인턴기자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3월 한 달 동안만 누적 확진자 수가 약 1,045만 명을 기록했다.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혈액이 부족했는데,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확진자 치료 종료 후에도 4주 동안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격리 기간을 합하면 총 5주 동안 1,000만 명 이상이 헌혈에 참여할 수 없다"며 "확진자 중에는 정기 헌혈자도 많이 포함돼 있어 당분간 혈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코로나19 감염 이후 헌혈하려면 ①확진된 날부터 1주일 자가격리는 필수 ②격리 해제 이후 4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헌혈의집에서 직접 수혈자를 대면하는 간호사들도 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헌혈의집 서울역센터 강공순 간호과장은 **일 기자와 만나 "하루 평균 30명 정도가 왔었는데 몇 주 만에 20명 정도로 줄었다"며 "원래도 모자랐지만 사람이 더 안 오니 확실히 줄었구나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완치 이후 4주를 채우지 않아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그는 "헌혈을 하겠다고 온 사람 중에 하루에 서너 명은 헌혈을 못 하고 돌아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7일 헌혈의집 서울역센터 내부. 대부분의 베드가 비어있다. 소진영 인턴기자

지난 7일 헌혈의집 서울역센터 내부. 대부분의 베드가 비어있다. 소진영 인턴기자

게다가 혈액 공급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단체 헌혈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상황이 심각하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단체 헌혈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이었던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만2,000여 건 감소했다. 2019년 같은 기간 개인 헌혈과 단체 헌혈 비율이 6대 4였는데, 올해는 8대 2 수준으로 떨어졌다.

강 과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단체 헌혈자 비중은 예전의 절반도 안 된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과 재택 근무를 하는 직장인 수가 늘고 군 부대 단체 헌혈도 어려워져 상황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헌혈이 없다면 혈액 공급은 "0"

세계보건기구(WHO)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대표 이미지

세계보건기구(WHO)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대표 이미지

현재 헌혈 이외에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인공 혈액을 활용하거나, 수입해 오는 대안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팀장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과 세계보건기구(WHO)는 혈액을 국가 내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국가 간 유통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별 혈액사업 운영 지침과 혈액 검사 방법 및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공혈액은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염치 불구하고 부탁드립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가 지정헌혈을 요청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가 지정헌혈을 요청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최근 SNS에서 "할아버지가 당뇨 수술을 받으셨는데 지혈이 안 되어서 지정헌혈을 부탁드립니다" 또는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계신데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지정헌혈이 필요합니다" 등의 게시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정헌혈'은 헌혈할 때 피를 받을 사람을 지정하는 것이다. 주로 혈액 공급이 어려워지기 이전에는 희귀 혈액형이나 특정한 목적이 있을 때만 지정헌혈을 했다. 혈액원에서 보유한 혈액량이 충분해 굳이 수혈자를 지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혈액을 확보해오지 않으면 수술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환자의 보호자들이 가족, 친구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도움을 청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염치 불구하고 트친(트위터 친구)님들이나 탐라(타임라인) 너머 분들께도 부탁드립니다"라며 지정헌혈을 요청했다. 서울역 헌혈의집에서 만난 이모(43)씨도 지정헌혈을 했다. 이씨는 "이모부가 수술하셔야 하는데 피가 모자라다고 해서 헌혈하러 왔다"며 "병원에서도 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4월 8일 0시 기준 '혈액 보유량'.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4월 8일 0시 기준 '혈액 보유량'.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이런 상황은 대한적십자사 한국본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8일 0시 기준 의료기관에 공급 가능한 혈액과 혈액 검사 진행 중인 혈액 재고를 합한 '혈액 보유량'은 3.1일로, 적정 수준인 5일 치에 한참 모자라다. 특히 O형과 AB형은 각각 2.8일과 3.1일로 헌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며칠 안에 위기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3.6일을 웃돌던 A형은 2.8일로 크게 줄었다. 김 팀장은 "지정헌혈로 혈액이 특정 환자나 병원에 몰리게 되면 다른 환자나 병원은 상대적으로 더 혈액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원활한 혈액 공급을 위해 일반헌혈 참여를 독려했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오면 혈소판 헌혈이 불가하다는 안내문. 헌혈의집 제공

기름진 음식을 먹고 오면 혈소판 헌혈이 불가하다는 안내문. 헌혈의집 제공

정기적으로 피 속의 성분인 혈장과 혈소판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강 과장은 "수술에 필요한 '빨간 피'인 '전혈헌혈'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다"며 "하지만 '성분헌혈'은 정말 부족하다"고 했다. 성분헌혈은 혈소판과 혈장 성분만 따로 채혈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기름진 음식을 먹고 와서 전혈헌혈을 하면 혈소판과 혈장을 활용하지 못하고 버린다"며 "성분헌혈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혈소판 공급이 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백혈병 환자들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지 않으면 평생 혈소판을 수여받아야 한다"며 헌혈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헌혈하면 코로나19 감염? "아닙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적십자사 남부혈액원 혈액 냉장실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적십자사 남부혈액원 혈액 냉장실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던 때 유통되던 잘못된 정보도 바로잡았다. 김 팀장은 "'헌혈을 하면 코로나에 전염된다'는 괴담이 있다"며 "코로나19는 혈액 매개 감염병이 아니어서 헌혈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SNS를 중심으로 퍼진 '백신 미접종자의 혈액이 별도로 관리된다'는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도 "적십자사가 헌혈부터 수혈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구분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역 헌혈의집에서 만난 홍모(21)씨도 "헌혈을 해서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혈액 부족이 심각하다는 광고를 보고 첫 헌혈을 하러 왔다"며 "헌혈은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니 걱정 없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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