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가사키시의 가와하라 고스케(27)씨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졸업 후까지 약 15년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봤다. 겨우 10살쯤에 어머니가 약을 과잉 복용하고 쓰러져, 이웃집에 달려가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친구나 선생님에게는 상담할 생각을 못했다. 후생노동성이 2020년 처음으로 중고생 대상 ‘영 케어러’(가족돌봄 청년) 실태조사를 벌여 지난해 결과를 발표한 뒤에야, 인터넷 뉴스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같은 아이들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 케어러’란 병이나 장애 등이 있는 가족을 돌보고 가사를 대신하는 18세 미만 어린이, 청소년을 가리킨다. 8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후생성은 중고생 조사에 이어 지난해 소학교(초등학교) 6학년생과 대학교 3학년생도 조사를 하고 이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초등 6년생 15명 중 1명(6.5%)이 가족을 돌보는 영 케어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1%는 평일 돌봄이나 가사일을 하는 시간이 7시간을 넘을 정도로 과중했고, 이 때문에 잠잘 시간조차 부족하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초등학생이 돌보는 상대로는 형제가 71.0%로 가장 많았고, 어머니 19.8%, 아버지 13.2%였다. 형제가 아직 어려서 돌보거나, 부모가 장애 또는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돌보는 활동은 지켜보기나 시중 들기, 식사 준비, 세탁 등이 전부라는 응답이 많았다. 일본어가 서툰 부모를 대신해 통역을 맡는 아이도 있다.
돌보는 빈도는 ‘거의 매일’이 52.9%로 절반 이상이었다. 평일 하루 ‘3~7시간’을 돌봄에 소비한다는 응답이 22.8%로, ‘7시간 이상’을 포함하면 약 30%에 달했다. 돌봄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복수응답)은 ‘딱히 없다’(63.9%)가 가장 많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낼 수 없다’(15.1%) ‘친구와 놀 수 없다’(10.1%) ‘공부할 시간이 없다’(7.8%) ‘잠잘 시간이 부족하다’(6.7%)고 답한 아이들도 있었다.
의외로 7시간 이상 돌보는 아이의 35.6%가 ‘특별히 힘들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 보고서는 “힘들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주위의 어른이 아이의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지원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학 3학년생에 대한 조사에서는 ‘돌보는 가족이 있다’는 응답이 6.2%였고, ‘과거에 있었다’는 응답도 4.0%였다. 돌보는 대상은 어머니(35.4%)가 가장 많고 할머니(32.8%), 형제(26.5%) 순이었다. 어머니를 돌보는 경우, 이유는 정신질환이 최다였다. 대학 입학 전부터 돌봄을 담당했던 학생은 30%가량이 진학 때 경제적 불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나, 장학금 제도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돌봄 때문에 학업이나 구직 활동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응답도 많았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을 젊은층에게 ‘영 케어러’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집중대처 기간’으로 정하고 홍보 강화에 나섰다. 연령대별 실태 조사를 근거로 지원 제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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