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다른 언론사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기사 내용을) 걱정한다”며 “인터뷰 기사를 미리 보여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측도 이를 의뢰한 사실을 인정했다. 대표적인 ‘리버럴’(상대적 진보) 계열로 아베 전 총리나 우익진영에 비판적인 아사히신문이 관련돼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주간지 ‘다이아몬드’로부터 편집권 침해를 당했다는 항의를 받고 내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자사 편집위원인 미네무라 겐지(47) 기자에 대해 정직 1개월, 상사인 편집국장에겐 견책의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고 7일자 조간 기사를 통해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다이아몬드의 부편집장은 외교 안보를 주제로 아베 전 총리를 지난달 9일 인터뷰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0일 미네무라 편집위원이 부편집장의 휴대폰으로 전화해 “아베 전 총리가 인터뷰 내용을 걱정하고 있다. 내가 (아베 전 총리의) 모든 고문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사가 게재될) 지면을 미리 보여달라”고 요구한 뒤 “고(Go) 사인은 내가 결정한다”고 했다. 부편집장이 거절하자 “아베 사무실과 연락하라”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3월 26일 발간된 주간지에 게재됐다.
다이아몬드는 아사히신문 측에 미네무라 기자의 행위가 “편집권 침해”이고 “위압적인 언동으로 직원들에게 강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다”고 항의했다. 아사히신문은 조사 결과 “미네무라 기자의 행위는 (기자가) 정치인과 일체가 돼 타 매체의 편집 활동에 개입한 것”이라며 “기자의 독립성·중립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독자와 다이아몬드 편집부에 지면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해당 기자는 회사의 조사가 “자의적이고 공정성이 부족했다”며 인터넷에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이 아베 전 총리 등에게 외교 안보와 관련한 강연을 하던 중 아베 전 총리가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 사실을 언급하며 오보 가능성을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은 “중대한 오보를 막아야 한다는 저널리스트로서 사명감을 갖고” 다이아몬드 편집진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또 아베 전 총리와는 “독립된 제3자로서 조언하는 관계일 뿐”이라며 ‘정언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 등에 “아베 전 총리가 오보를 우려했다면 해당 매체에 직접 연락하면 되는데 아사히신문 기자를 통해 연락한 것은 이상하다”며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의 조사 과정에서 아베 전 총리 측은 “당시 오보가 우려됐는데 아베 전 총리가 (일본 정부의) 말레이시아 특사로 떠나면 시간이 없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부편집장을) 안다고 한 미네무라 기자에게 사실 오류 확인을 의뢰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7일 기사를 통해 사건이 알려진 후 아베 전 총리 사무소는 “이번 일은 아사히신문과 미네무라 사이의 일이므로 코멘트는 삼간다”고 응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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