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영 시노펙 등, 5월 선적분 러시아 원유 구매 안 해
국영은행은 기존 체결 계약 위한 자금 조달 규모 축소
바이든 '러시아에 지원 말라' 경고 일정 부분 수용한 듯
지난 2019년 3월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야라크타 유전에서 한 노동자가 채굴한 원유를 손에 담아 보이고 있다. 야라크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국영 석유화학 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 신규 수입을 중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잇따라 대(對)러시아 제재를 부과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5월 선적분 새 원유 계약 체결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는 증언이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미국이 경고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6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시아 최대 정유회사인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페트로 차이나, 중국중화집단공사(시노켐) 등이 러시아산 원유와 관련해 5월 선적분을 위한 새로운 계약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를 금지하고 EU가 러시아 최대 원유 수출업체 로스네프트를 제재한 상황에서 중국 국영기업들이 러시아산 석유를 추가 구매함으로써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보이길 원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1일 수입량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15% 수준인 160만 배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은 정부 간 계약에 의해 송유관을 통해 운송되며 나머지는 유조선 등을 통해 수입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국영 기업들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기존 정부 간 계약은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현물 거래(유조선 수입분)를 회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영은행들도 러시아 석유 관련 거래에 대해 자금조달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또 다른 소식통은 털어놨다. 이에 따라 시노펙 등 정유회사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대금 지급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영 정유회사는 물론 국영 은행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에는 중국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과 맞물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러 제재에 반대하면서 러시아와 정상적인 경제 및 무역 교류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속셈은 이와 다르다는 이야기다. 실제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국영기업들의 행동은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은 서방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노펙의 무역 부문 자회사 유니펙은 최근 잇따라 내부 회의를 열어 러시아 석유 구매의 위험성을 논의했다. 소식통은 “내부 회의에서는 이익보다 위험 통제와 규범 준수가 우선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했다”고 전했다. 이런 내부 회의는 지난달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영상통화에서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한 전후로 열렸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나 개인을 제재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중국이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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