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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대대적 혁신 예고…"수도권으로 성직자 재배치, 여성 교무 결혼 못하는 문화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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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대대적 혁신 예고…"수도권으로 성직자 재배치, 여성 교무 결혼 못하는 문화도 개선"

입력
2022.04.07 15:01
수정
2022.04.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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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가 교단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교단이 만들어지고 107년이 흐르면서 한국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종교로 자리잡았지만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교단의 성장이 정체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출가하지 않은 신도(재가자)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성직자(교무)를 인구가 줄어들어 소멸할 위기에 놓인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재배치해 포교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여성 교무의 결혼을 사실상 금지하는 문화도 개선할 방침이다.

원불교의 종권과 행정을 책임지는 나상호 교정원장은 7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원불교 전서(경전)가 잘못 만들어져 전량 회수된 사태를 계기로 “교단 혁신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졌다”면서 “100년을 지내오면서 정리하지 못하고 누적된 부분들을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있었다. 올해와 내년, 내후년 이 3년 동안 모든 의견을 결집해서 혁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이 7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교단 혁신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이 7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교단 혁신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여성 교무 결혼 허용했지만…이후로 1건도 없어

나 교정원장은 혁신이 쉽지 않겠지만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구성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와 법규, 문화를 모두 혁신해야 한다면서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과 교리에 맞는 제도가 아니라면 과감히 털고 가야 하는데 (기존 제동) 익숙했기 때문에 진통이 따를 것.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원불교는 여성 교무의 결혼이 문화적으로 금지돼 있다. 여성이 교무가 되려면 반드시 ‘정녀 지원서’를 작성하도록 한 제도는 지난 2020년 폐지했지만 아직까지 여성 교무가 결혼한 사례가 없다. 그 이전에는 해외의 여성 교무 1명이 결혼한 사례가 있다. 때문에 교무 2,200여명 가운데 60%가 여성인 상황에서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여성 교무만 한복을 입고 쪽진머리를 하는 복식 문화도 개선하자는 의견이 있다.

나 교정원장은 “원불교 교리는 결혼을 자유롭게 하라고 돼 있지만 여성 교무는 거의 결혼하지 않았다. 남성 교무는 10%만 결혼하지 않았다. 이것은 남녀 차별이고 여성에게 성직자 문호를 열려면 이러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정녀 지원서를 철폐시키는 데도 30년이 걸렸다. 혁신이 쉽지 않은데 해야 된다. 연내에는 뭘 해야할지 큰 가닥들이 잡힐 것이고 실질적 진통은 내년, 내후년에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무들 수도권으로 배치해 포교 강화

교무들의 재배치와 이동도 중요한 사안이다. 인구가 줄어들어 소멸할 위기에 놓인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교무들은 대중 교화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여건이 열악하다. 인구가 적으니 포교도 어렵다. 원불교는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교무 1명이 여러 교당을 관리하고 수도권 교당에는 여러 명을 한 교당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의 중앙총부에 있는 행정부서들도 서울 원불교소태산기념관으로 옮기는 중이다.

나 교정원장은 “개개인이 교화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건은 보장해줘야 교단이 성장할 수 있다. 전국 교당(600여곳)의 40%가 어려운 여건에 놓였는데 소멸 지역에 있는 교역자들을 인구 집중 지역으로 재배치하고 여건을 맞춰주는 방향으로 합의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부터 교무의 정년을 68세에서 71년으로 연장한 배경에도 이러한 이유가 있다. 나 교정원장은 “출가자 급감은 문화적 이유가 있는데 천주교나 조계종에서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런 고민이 성직자 복지에 대한 연장선에 있다. 여건을 폭 넓게, 과감히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1년에 30명이 퇴임하고 20명이 출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가자의 최고의결기구 참여도 확대 논의

교단 구성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는 사안은 최고의결기구 구성이다. 교무와 신도들이 직선제로 선출하는 정수위단원 18명은 모두 교무다. 여기에 재가자들 8명이 수위단원으로 더 선출되지만 선출권이 정수위단원들에게 있다. 나 교정원장은 “원불교 교리는 재가, 출가 구분이 없는데 의결기구에는 차등이 있다. 이 교단이 출가자 중심의 교단이냐는 반발이 있다”면서 “원불교가 재가자의 참여 측면에서 탁월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정수위단원 투표에 참여하는 재가자는 선별돼 있다. 수위단원 구성과 선거도 혁신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혁신 안건에는 교정원장 직선제와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와 추대하고 선출하는 사안도 포함될 수 있다. 나 교정원장은 “그것은 교헌 개정에 관한 부분인데 어떤 형태로든 언급은 될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의 종교 고민

원불교가 직면한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체계 변화와 맞물려 교단 운영과 신도의 활동을 코로나19 유행 이전으로 돌리는 것이다. 당장 사실상의 교단 창시일인 대각개교절(이달 28일)을 앞두고 있다. 나 교정원장은 “현재 기사를 보니까 18일부터 방역지침을 푼다고 하니까 별 일이 없으면 18일에 ‘오프라인으로 갑시다’ 선언하려고 한다”면서 교단 운영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교정원장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교도들 상당수가 비대면 상황에 익숙해졌다. 40대 이하는 거기에 아주 익숙하다. 이들이 코로나가 엔데믹(풍토병으로 변화)하고 나서 ‘교당으로 오라’고 하면 100% 오느냐, 그렇게는 안 본다”면서 “그분들 니즈(요구)에 맞게 디지털 환경에 맞게 아울러 가야겠다. 시대에 맞게 교화도 가야겠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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