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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여성 유학생 2명 중 1명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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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여성 유학생 2명 중 1명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

입력
2022.04.06 12:00
수정
2022.04.06 14:18
0 0

"최근 3년 새 성폭력 피해 경험" 47.3%
피해자 10명 중 7명 "도움 요청 안 했다"
유학생 상담 전담 부서 둔 대학은 전무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인 유학생 A씨는 한국에 온 이듬해인 2016년 B씨에게 폭행과 협박을 동반한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외부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A씨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겨우 기숙사로 돌아온 A씨는 불면증과 섭식장애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

A씨는 수치심에 신고를 주저하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A씨와 연인 관계라고 주장했다. 한국어가 서툰 A씨가 제대로 반박하지 못할 거란 계산으로 일방적인 허위 진술을 한 것이다. 가해자는 2018년 처벌됐지만 A씨는 정신질환 처방약을 복용하고 80회가 넘는 심리상담을 받은 후에야 가까스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외국인 여성 유학생 2명 중 1명은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낯선 사회에서 안전을 위협받기 쉬운 이들을 보호할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다문화사회 연구' 최신호에 기고된 논문 '외국인 여성 유학생의 성폭력 안전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공동저자 김은정 정세미)에 따르면 2020년 8~10월 외국인 여성 유학생 410명을 상대로 '최근 3년 이내에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는지'를 물었더니 194명(47.3%)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유형별로는 성희롱(157명·38.3%) 피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성추행(138명·33.7%) △디지털 성폭력(104명·25.4%) △강간 및 강간미수(75명·18.3%) △스토킹(39명·9.5%) △불법촬영 및 유포(22명·5.4%)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 경험자 194명 가운데 경찰과 같은 공식 기관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응답한 인원은 55명(8.4%)뿐이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한 139명(71.6%)은 그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허용)에 '피해가 크지 않아서'(54.7%)를 가장 많이 들었다. 하지만 ‘방법을 몰라서’(38.8%)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34.5%) 등 피해 구제 제도를 잘 모르거나 불신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응답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다른 이유로는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라서(14.4%) △보복과 협박이 무서워서(13.7%) △주변의 비난(10.8%) △두렵고 부끄러움(7.2%) △언어적 한계(6.5%) 등이 꼽혔다.

그럼에도 유학생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학들은 범죄 피해 지원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재작년 62개 대학의 인권센터를 전수조사한 결과 센터 내에 유학생 상담 전담 부서를 설치한 대학은 전무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인권센터 관계자는 "인력 여건상 외국인 학생을 전담할 직원을 두기 어렵다"며 "직원들이 영어로 응대하거나 중국어 등 다른 외국어로 소통할 필요가 있으면 통역 지원을 받는 식"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고등교육기관 내 외국인 유학생은 2011년 8만9,537명에서 2020년 15만3,695명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유학생 유치에만 힘쓸 게 아니라 이들을 위한 지원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국내 대학은 외국에 비해 유학생의 적응 및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며 "외국인 유학생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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