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정부 미국과 동시다발 공조 논의
'안보리 새 결의' 등 공조 의지 다지지만
CVID 효과 미미, 中 협력도 기대 어려워
점증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 술 더 떠 북한이 극렬히 거부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하지만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다가오는 한반도의 격랑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요지부동 북한 편을 드는 중국의 존재에, 이미 강경 대북정책 전환을 선언한 새 정부의 등장으로 해법은커녕 역풍만 더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이 지난달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17년 11월 북한의 ICBM 발사 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에는 북한이 다시 ICBM을 쏘면 원유ㆍ정제유 공급량 상한선을 더 줄일 수 있게 한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있다. 이를 활용해 추가 제재를 단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양국은 최근 안보리 회의 때마다 언론성명 채택을 가로막았던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미국에 파견한 한미정책협의대표단 역시 같은 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외교ㆍ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실질적 가동 등 한미 공조 방안을 숙의했다. 대표단은 또 “CVID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구현한다는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설명했다”고 밝혀 대북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북핵 위협을 막으려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한미 공조 체계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특히 대표단이 북한 비핵화 방법론으로 CVID를 제시한 게 걸린다. 이미 상당 수준의 핵무력을 축적한 데다, 2018~2019년 협상 국면에서도 한사코 핵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을 상대로 CVID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많은 탓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기에 그간 CVID 대신 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을 썼다. 대표단의 발표와 달리 미 국무부는 면담 후에도 같은 수사를 유지했다. 물론 일본도 CVID를 두둔해 향후 한미일 3국의 목표가 수정될 수는 있지만, 북핵 타개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다. 추가 제재 등 북한을 옭아매려면 든든한 뒷배인 중국의 협조가 필수인데, 중국은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도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대북 규탄성명에조차 동의하지 않았다. 중국은 CVID 해법에도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끝내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독자 대북제재를 밀어붙일 경우 핵ㆍ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중국 단체 및 개인 역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한중관계 악화에 더해 ‘한미일 대 북중러’의 한반도 대결 구도가 더욱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설령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중국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한미의 대응책이 계속 먹혀 들지 않으면 결국 북한의 시간표대로 끌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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