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루이스 웨인(1860~1939)은 역사에 독특한 획을 남긴 영국 화가다. 그의 그림들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 불운이나 저주를 상징하던 동물에서 곁을 내주고 함께할 만한 반려동물로 위치 지었다.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남다른 삶을 신산하게 살다 간 인물 웨인의 일대기를 그린다.
청년 웨인(베네딕트 컴버배치)은 그림 실력이 빼어나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형편이 녹록하지 않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맏이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 어머니와 다섯 여동생은 웨인만을 바라본다. 삽화가로 살아가던 어느 날 막냇동생을 위해 가정교사 에밀리 리처드슨(클레어 포이)이 집에 들어온다. 웨인과 리처드슨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곧 사랑에 빠진다. 웨인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강행한다. 집을 나가 교외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리처드슨이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실의에 잠긴 두 사람은 산책을 나갔다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피터라 이름 붙이고 함께 산다. 아내는 피터를 보며 통증을 잊고, 남편은 피터를 그리며 위안을 찾는다.
웨인은 생계를 위해 주간지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의 편집장 윌리엄 잉그램(토비 존스)을 찾아간다. 잉그램은 크리스마스 특별호에 웨인의 고양이 그림을 싣는다. 그림은 대중의 환호를 사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급변한다. “언젠가는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게 어색하지 않을 거야”라는 웨인의 예측은 현실이 된다.
영화는 1881년부터 웨인의 삶을 전개한다. 한 인물의 인생을 단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넘어가는 변혁의 시기를 웨인의 삶에 포갠다. 웨인은 전통과 관습, 통념에 맞섰던 인물이다. 아내 리처드슨은 그보다 10세 연상이었다. 웨인은 나이 많은 여자와의 결혼을 금기시하던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 웨인은 런던 중산층에서 자랐고, 리처드슨은 시골 하층민 출신이다. 계급의식이 강했던 당대를 고려하면 파격적인 만남이었다. 고양이를 집에서 기르는 것도, 고양이를 그리는 것도 흔치 않았던 시절 웨인은 망설임 없이 자기의 길을 간다. 웨인의 길은 20세기로 향한다.
웨인은 전기(電氣)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인류 발전의 비의가 전기에 담겨 있다고 맹신한다. 고양이가 전기의 신비와 파급력을 품고 있는 동물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의 망상은 정신병으로 이어진다. 전기는 근대를 의미한다. 이동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뀌던 과학의 시대, 근대적 인간 웨인이 전기에 집착할 만도 하다. 영화의 원제는 ‘The Electrical Life of Louis Wain’이다. ‘루이스 웨인의 전기를 활용한 인생’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좋은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듯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주제나 메시지를 직설하지 않는다. 웨인을 영웅으로 묘사하지도 않고, 주변인물들을 섣불리 악인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골프와 연극 등으로 여가를 즐기던 당대 영국인들을 비추며 중산층의 등장으로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급부상했던 배경을 넌지시 제시한다. 아름다운 풍광과 웨인의 그림들을 병치시키며 동공을 자극하기도 한다. 111분이 즐겁다. 감독은 윌 샤프다. 배우를 겸하는 37세 신예다. 그의 연출 실력은 드라마 ‘랜드스케이퍼스’(OTT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로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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