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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며 아끼겠다"고? 새 정부 위협하는 3가지 '정책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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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며 아끼겠다"고? 새 정부 위협하는 3가지 '정책 엇박자'

입력
2022.04.05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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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재정건전성 강조하며 '돈 풀기' 속도
②집값 안정 목표 속 각종 규제완화 예고
③원자잿값 급등 불구 "공공요금 인상 안 돼"
전문가 "현실 감안한 정책 펼쳐야 지속가능"

윤석열(가운데)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가운데)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그리는 새 정부 정책 색깔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나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현실과 상충되는 '정책 엇박자' 논란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대규모 재정을 쓰겠다는 계획, 집값 안정 목표를 불안하게 만드는 각종 규제완화 움직임,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거스르는 공공요금 동결 추진 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장밋빛 정책보다는 국정의 장기 목표를 감안한 보다 현실성 있는 정책 조정 필요성을 조언한다.

①돈 쓰며 재정건전성도 지킨다?

지출 확대와 재정건전성 확보를 동시에 내건 윤 당선인의 경제정책 방향은 취임 전부터 꼬이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각종 복지공약은 확대하고, 국민·기업의 세 부담은 줄여 주겠다는 엇박자 정책에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4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가 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정책의 건전성에 대해 대내외적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목된 전날 기자회견에선 “단기적 재정확장 정책은 불가피하나, 재정건전성이 없으면 국가의 대외적 신뢰와 중장기적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50조 원 규모 추경을 공식화한 윤 당선인의 확장재정 정책에 에둘러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정책 엇박자 논란은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2차 추경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윤 당선인이 내건 복지공약 등을 이행하기 위해선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2차 추경(50조 원 규모)보다 5배 많은 260조 원 안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


우선 부모급여 지급과 노인 기초연금 및 병사월급 인상 등 대표적 현금 지급 공약에만 68조1,000억 원이 쓰일 것으로 추산됐다.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1년간 월 100만 원을 지급하는 부모 급여에 7조2,000억 원 △중산층·저소득층 노인 660만 명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월 10만 원 올리는 데 35조4,000억 원 △병사 월급 200만 원으로 인상에 25조5,000억 원 등이다.

게다가 부동산·금융시장 감세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이를 뒷받침할 세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지난해 역대급 초과 세수를 가능하게 했던 자산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아 올해 큰 폭의 초과세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공약을 지키자니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적자국채 발행까지 동원해 확장 재정을 펴려니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모순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인수위도 이런 정책 엇박자 비판 기류를 의식한 듯 논란 차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원일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이날 "재정상태를 고려해 국채발행은 하더라도 최소화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이는 총리 후보자의 입장과도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가지 정책목표가 상충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실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누가 봐도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재원 마련 방안을 마련하고,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면 국민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규제 풀지만 집값은 잡는다?

인수위가 부동산 시장 안정 해법으로 재건축과 세제 등 각종 규제 완화책을 제시하자,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윤 당선인의 최대 대선 승리 요인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인데, 이를 바로잡겠다는 새 정부 정책이 다시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4주 서울 아파트값은 10주 연속 하락세였지만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상승·보합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심화된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여파로 안정 국면인 부동산 가격이 재건축 단지가 몰린 강남 지역부터 꿈틀대고 있는 모습이다.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이들 지역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는 건 역설적이게도 인수위발 규제 완화 뉴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위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추진했던 재건축, 세금, 대출 등 3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생리를 외면한 정책이 엄청난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윤 당선인 입장을 바탕에 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새 정부의 명확한 부동산 정책 골격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설익은 규제 완화 시그널이 계속 시장에 전달되자 집값 상승 심리만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인수위가 내놓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향후 재건축, 종합부동산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분야에서도 추가 완화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을 안정시킬 핵심 퍼즐인 주택 공급 방안 등이 명확히 확립되기도 전에 규제 완화만 부각되면, 부동산 시장은 새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갈 수 있다. 시장 상황을 살피지 않고 이전 정부의 정책 뒤집기에만 골몰했다가는 '집값 안정'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 측도 집값 상승이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의식한 듯 최근 들어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인수위는 LTV 완화와 함께 대출 정상화 방안의 한 세트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원일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DSR 완화 등에 대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역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직접 나서 "재건축이 빨리 되는 것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라 상당히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면서 불붙은 규제 완화 분위기를 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안정과 반대로 가고 있다"며 "부동산 규제 완화는 충분한 주택 공급으로 집값이 정상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원자잿값 올라도 공공요금은 안 올린다?

윤 당선인의 취임 전부터 마주한 또 하나의 난제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경제환경 악화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주장한 ‘4월 전기료 인상 백지화’ 등을 위해선 전기·가스료 등 물가에 영향력이 큰 공공요금을 계속 동결해야 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4일 인수위 4차 전체회의에서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를 돕기 위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한시적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대책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창조적이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 조달청 비축 물자 방출만으로는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초 배럴당 70달러대에서 120달러대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1일 이후 101.61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2월~올 2월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도 지난해 9~11월보다 각각 20%, 39% 올랐다.

2022년 국제유가 추이

2022년 국제유가 추이


산업계 고충 해소를 위해 전기료 등을 동결할 경우 늘어날 한국전력과 도시가스공사의 누적 적자도 문제다.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 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가스요금은 2020년 7월 이후 21개월간 동결됐다가 이달 1일에서야 평균 1.8% 인상됐다. 아직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 올해 전기·가스료 등의 추가 인상이 없다면 눈덩이 적자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 공기업의 적자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럼에도 안 위원장은 “공기업 주주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공기업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고 말해 적자를 감수할 것으로 비춰졌다. 그는 다만 “인수위와 새 정부도 원자재 가격 급등을 대비한 수입선 다변화, 비축 물량 방출 등 관련 대책이 신속히 작동할 수 있도록 현행 체계를 연구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고민도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위가 ‘인상 동결’에서 ‘인상 최소화’까지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국제 환경이 윤 당선인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약이행만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말고 유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묘수’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박경담 기자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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