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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의 유리천장

입력
2022.04.04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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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방탄소년단(BTS)이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제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빅히트 제공

방탄소년단(BTS)이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제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빅히트 제공

방탄소년단(BTS)이 3일 열린 제64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터라 2년 연속 고배를 마신 것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를 수년 연속 수상한 BTS지만 그래미상에서만 유리천장에 막힌 모습이다.

□ 그래미상은 아무리 대중적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상은 아니다. 음원 성적 등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 다른 음악상과 달리 음반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들이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오스카상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음악성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의 투표라는 점에서 권위가 부여되지만 백인 위주의 미국 주류 커뮤니티의 음악적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 한계 또한 분명하다.

□ 아카데미상이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으로 수년간 홍역을 치러왔듯이 그래미상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캐나다계 흑인 팝스타 위켄드가 단 한 개 부문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해 큰 논란을 빚었다. 위켄드는 "그래미가 부패했다"고 직격했다. 그래미 측은 올해 후보 선정을 담당하는 소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익명위원회를 폐지하는 등 개선책을 내놨으나 일부 흑인 아티스트들의 보이콧은 계속됐다. 그래미의 보수성에다가 회원 중 흑인과 아시아계가 소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BTS가 그래미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아카데미나 그래미가 전문가적 권위로 명성을 누렸으나 이런 논란들이 누적되면서 수상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시들해지고 있다. 아카데미와 그래미 시상식 모두 2010년대 들어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역대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중예술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탓도 컸다. 반등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올해 아카데미의 경우 배우 윌 스미스의 폭행이 화제가 됐을 뿐 내리막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래미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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