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동변동 고수부지 행정대집행
40여명 투입, 3시간 철거...10톤 이상 수거
“싹 치우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네!”
4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동변동 금호강변. 구청 공무원들과 공공근로자 40여명이 강에서 인근 도로변까지 이어달리기를 하듯 길게 줄을 서서는 끊임없이 짐을 날랐다.
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옮긴 물건은 금호강변에서 불법으로 텐트를 치고 여가를 즐긴 캠핑족들이 두고 간 각종 가재도구들이었다. 꼬박 3시간 이상 계속된 행정대집행 후 자루마다 한 가득 쌓인 쓰레기의 양은 10톤이 훌쩍 넘었다.
철거에 나선 한 공공근로자는 "술병부터 널빤지, 침대 매트리스까지 온갖 물건이 다 있었다”면서 “거의 이삿짐을 옮기는 수준이었다”며 혀를 찼다.
북구 등에 따르면 금호강변 불법 텐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9(코로나19)이 확산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고수부지 200m 구간을 따라 우후죽순 들어섰다. 이후 캠핑장처럼 텐트촌으로 바뀌더니 밤낮으로 음주와 고성방가에 강 주변으로 쓰레기 무단 투기까지 이뤄졌다.
소음과 쓰레기로 인근 지역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날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구청에는 날마다 민원이 쏟아졌다. 지난달에는 불법 설치된 텐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119가 출동하는 아찔한 일도 벌어졌다.
북구는 지난달 24일 행정대집행을 예고하고 자진철거를 유도했다. 하지만 강변에는 의자, 테이블, 바닥장판 등 온갖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된 채 여전히 고수부지를 점령하고 있었다.
행정대집행을 손꼽아 기다린 주민들은 철거 작업을 지켜보며 현장에 나온 공무원들에게 철저한 단속을 부탁했다.
주민 이모(72)씨는 “고성방가 등 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라며 “불법 텐트촌 때문에 경찰이 출동한 날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북구는 철거 이후 고수부지 진입로에 시설물을 설치해 일반 차량 진입을 제한하고 계도 인원을 투입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동변동 외에도 북구 무태조야동 등 강변 고수부지에 설치된 불법 텐트를 잇따라 철거할 방침이다.
구성호 건설과장은 "금호강은 대구 시민 모두가 나와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곳"이라며 "하천에 나와서 고성방가하거나 술을 마시고, 텐트를 설치해 장기투숙하는 일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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