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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부차 민간인 학살’ 정황에 추가 제재 카드 준비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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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부차 민간인 학살’ 정황에 추가 제재 카드 준비하는 미국

입력
2022.04.04 17: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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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우크라 민간인 처형 정황에 美 제재 강화 논의"
러 무역망 2차 제재, 금융 운송 광물 등 제재 추가 검토
'집단학살' 주장에는 신중...러 "영상 연출" 반박 나서

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집단 매장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부차=AP 뉴시스

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집단 매장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부차=AP 뉴시스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서 확인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만행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무역, 금융망 등을 추가로 끊고 압박하는 제재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조사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집단학살(genocide)’ 주장에도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교외에서 민간인들이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발견됨에 따라 러시아 제재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라고 이 사안에 정통한 두 사람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군이 점령했다 철수한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는 양손이 등 뒤로 결박된 채 머리에 총탄이 박힌 성인 남성 시신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미국이 검토하는 제재 방안은 우선 러시아와 무역을 계속하는 국가들을 목표로 하는 2차 제재다. 또 러시아 광업, 운송, 금융권 등의 기존 제재에서 빠졌던 분야도 제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러시아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 집단 매장 사진이 발견된 데 따른 질문에 “이러한 사진을 볼 때면 매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침공 이후 러시아군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믿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행위가 집단학살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러시아군의 행위를 조사하고 향후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내놓았다.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행위를 명확히 입증하는 게 우선인 만큼 증거 없는 집단학살 주장으로 러시아에 불필요한 역공을 당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블링컨 장관은 또 러시아 에너지 분야 추가 제재와 관련, “동맹과 가장 효과적인 제재 강화 방안을 계속 논의하고 있지만 동시에 유럽이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3일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길거리에 파괴된 채 널브러진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 군용 차량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부차=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3일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길거리에 파괴된 채 널브러진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 군용 차량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부차=EPA 연합뉴스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보다 비판 수위가 높았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은 “수십 년 동안 유럽에서 볼 수 없었던 민간인에 대한 잔혹함”이라고 비판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러시아군이 해방된 키이우 지역에서 저지른 잔혹 행위에 대한 잊혀지지 않는 이미지에 충격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민간인 학살을) 참을 수 없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끔찍하고 소름 끼친다”(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의 반응도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부차에서의 러시아군 범죄를 입증하겠다며 공개한 모든 사진과 영상은 또 다른 도발”이라며 “공개된 영상은 서방 언론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연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며 국제사회 여론전에도 나섰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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