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총리 "우크라 대통령 포함 엄청난 적과 싸워 이겨"
세르비아 친러 성향 우치치 대통령 재선 성공
‘친(親)푸틴’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끄는 여당 연합이 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대러 제재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친러 행보를 보여왔다.
이날 헝가리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당 청년민주동맹(피데스)과 기독민주국민당(KDNP) 연합은 개표가 86% 진행된 가운데 53.7%의 득표율을 기록해 야당 연합(34.4%)을 19.3%포인트로 크게 앞서고 있다. 피데스는 지역구 선거에서도 6개 정당이 연대한 야당 연합에 대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피데스가 전체 199석 중 135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투표율은 68.69%로 지난 2018년과 비슷했다.
이날 개표 결과에 따라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4연임을 하는 5선 총리가 되면서 2026년까지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1998년 35세의 나이로 유럽 내 최연소 총리로 오른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재집권한 뒤 10년 넘게 장기 집권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오후 승리가 확실시되자 “우리는 달에서도 분명히 볼 수 있을 만큼 큰 승리를 거뒀으며 특히 브뤼셀(유럽연합)도 이를 명백하게 봤을 것”이라며 “특히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한 엄청난 수의 적과도 싸워야 했기 때문에 이 승리를 평생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12년의 집권 기간 동안 자국 내 사법, 언론, 교육 정책 등과 관련해 유럽연합(EU)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EU의 대러 에너지 제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다른 나라의 무기가 헝가리를 통과해 우크라이나로 이송되는 것을 거부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앞서 오르반 총리에 대해 “유럽에서 푸틴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 세르비아에서도 친러 성향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날 치러진 대선에서 부치치 대통령은 59.8%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인 세르비아혁신당(SNS)이 43.6%의 득표에 성공했고, 야당 연합이 12.9%의 득표로 뒤를 이었다. 또 SNS의 오랜 동맹인 세르비아 사회당도 11.6%로 3위를 차지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날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세르비아가 지역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며 전통적인 우방 관계를 잃고 ‘유럽국가’의 길을 가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부치치 대통령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제재 동참 거부 의사를 표명해왔다. 1990년대 전쟁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국가들이 세르비아에 각종 제재를 가할 때 러시아가 세르비아를 지원해줬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코소보가 2008년 세르비아에서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을 때도 세르비아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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