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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전공은 도시개발? 이제는 스타트업 지원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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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전공은 도시개발? 이제는 스타트업 지원도 합니다

입력
2022.04.05 05: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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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임대료·청년주거·전시공간 제공
입주기업 심층면접해 애로사항도 해결

LH가 기업성장센터에 설치한 개방형 라운지인 'Link-Hi'에 입주기업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LH 제공

LH가 기업성장센터에 설치한 개방형 라운지인 'Link-Hi'에 입주기업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LH 제공

신생 창업기업(스타트업)인 에바(EVAR)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했다. 대기업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탄생해, 202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판교기업지원허브 창업존에 입주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기존에 실적이 적고 인지도가 부족해 외부 투자를 끌어내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LH는 이 소식을 듣고 지난해 기업지원허브 주차장에 이 회사용 충전기를 설치, 에바가 실증 운행을 마칠 수 있도록 했고, 이 덕분에 사례 검토를 끝낸 에바는 55억 원의 투자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에바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LH의 변신: 든든한 스타트업 지원군

LH의 본업은 △토지 개발 및 공급 △도시개발·정비 △주택 건설·공급·관리다. 그러나 최근 LH는 토지·주택 관련 업무를 넘어 창업공간에 입주한 기업들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도 업무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LH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과 시흥동 일원에 43만㎡ 규모의 판교제2테크노밸리를 조성하며, 지상 8층의 기업지원허브와 지상 9층의 기업성장센터를 건립했다. 기업지원허브와 기업성장센터는 스타트업 기업 320여 곳에 업무 공간을 제공 중이다. 이곳의 월 임대료는 3.3㎡당 평균 2만7,000~3만6,000원. 그러나 추가 할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입주기업이 부담하는 임대료는 시세의 20~60%에 불과하다.

LH는 창업기업에 공간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을 좀 더 유용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애쓰고 있다. 입주기업 간 교류를 통해 혁신이 확산되도록 기업지원허브에 멀티플랫폼을 설치했고, 기업성장센터에는 링크 하이(Link-Hi)와 같은 개방형 라운지를 만들어 입주기업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심층 면접을 통해 입주기업의 요구사항을 파악한 결과 상설전시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기업지원허브와 기업성장센터 1층에 상설전시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창업기업 청년에 주거 지원도

단순히 스타트업에 창업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개인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LH는 창업 청년 주거 지원을 위해 판교2밸리 내 창업지원주택 200호를 건설했다. 공급대상은 무주택 청년창업자, 해당 기업의 근로자 및 청년계층이며 일부 주택에는 가구와 전자제품이 제공된다. 시세 대비 72% 수준에 2년 단위로 계약,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다.

LH의 스타트업 지원은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캐릭터를 창작하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업체인 유니드캐릭터는 2020년 초 판교2밸리 메타버스허브에 8인 기업으로 입주했지만, 지금은 정규직이 3배인 25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부터 일자리 우수기업으로까지 선정됐다.

'망고슬래브' 캐릭터와 임직원들. LH 제공

'망고슬래브' 캐릭터와 임직원들. LH 제공


유니드캐릭터가 제작한 ‘크리켓팡’은 TV 정규채널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방영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유니드캐릭터는 크리켓이 국민 스포츠인 인도를 겨냥해 지난해 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인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 송민수 대표는 “초기 창업기업은 사무실 임대료가 부담되기 마련인데 판교는 임대료가 저렴해 걱정 없이 사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면서 “거기서 생긴 여력으로 직원을 더 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렴한 공간 지원은 실적으로 이어져

지난해 연간 수출 100만 달러를 달성한 기업도 있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에서 바로 인쇄하는 미니프린터 ‘네모닉’을 생산하는 망고슬래브는 2017년 미국 CES 최고혁신상과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한 데 이어 아마존 혁신제품으로도 선정되면서 활발한 수출 상담을 벌이고 있다.

'망고슬래브'의 미니 프린터 '네모닉'. LH 제공

'망고슬래브'의 미니 프린터 '네모닉'. LH 제공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는 “우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하는 회사로 직원이 10명 정도였는데 이 정도 직원이 들어설 수 있는 창업공간은 판교가 유일했다”면서 “판교는 크고 작은 입주 공간과 회의공간이 구비된 데다 지리적 장점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판교형 창업지원 성공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인천, 대구 등에 제2의 판교를 지향하는 혁신성장센터를 건립하고 있다”면서 “LH가 조성하는 창업혁신생태계가 전국에 혁신성장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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