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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 타투시술 금지' 또 합헌…30년 지났지만 여전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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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 타투시술 금지' 또 합헌…30년 지났지만 여전한 벽

입력
2022.04.0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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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대법 '눈썹문신 의료행위' 판단 후 처벌
수차례 헌법소원에도 합헌 유지…5대 4로 갈려
헌재 "국민건강·보건위생 영향…입법재량 영역"
"직업선택 자유 침해…예술성도 고려" 반대의견

임보란 사단법인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업 금지 조항 관련 선고 이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최주연 기자

임보란 사단법인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업 금지 조항 관련 선고 이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의 문신(타투) 시술업을 금지·처벌하는 현행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재차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의사가 아닌 자의 문신시술은 1992년 대법원이 눈썹 문신을 보건 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다며 '의료행위'로 판단하면서 처벌 대상이 됐다. 그후 30년이 흐르면서 타투가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수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헌재는 연이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31일 대한문신사중앙회 등 타투 관련 단체가 비의료인 문신시술 금지 관련 의료법 27조 1항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5조 1호에 대해 "의사에게만 문신 시술을 허용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문신시술업 관련 자격·요건을 명확히 법률로 정하지 않아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합헌 취지 결정을 했다.

해당 조항들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거나, 영리 목적으로 직업을 삼은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에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문신 및 반영구 화장시술도 의료행위로 분류돼 의사가 아닌 자의 시술 행위는 불법이다. 배우 브래드 피트 등 유명 연예인 시술로 알려진 타투이스트 김도윤씨도 지난해 12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헌재 "감염 등 공중위생 영향 우려"…해외선 대부분 허용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31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31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바늘로 피부에 상처를 내고 색소를 주입하는 시술 방식의 위험성을 합헌 결정의 주된 근거로 삼았다. 헌재는 "감염과 부작용 등 잠재적 위험성이 있고, 피시술자뿐 아니라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외국처럼 별도 자격제도로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허용하자는 대안도 제시되나, 문신시술에 한정된 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으론 의료인과 동일한 정도의 안전성과 의료조치의 완전한 수행을 보장할 수 없어 보건위생상 위험을 감수할 것을 요한다"고 봤다.

하지만 헌재 판단과 달리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허용되고 있다. 미국에선 대부분 주에서 문신 및 반영구 화장시술 관련 면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위생교육 수료증을 제출하는 요건으로 지방보건청에 신고하면 문신 시술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과 같이 비의료인의 문신시술 행위를 처벌해왔으나, 2020년 9월 최고재판소가 의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해 합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헌재는 비의료인의 문신시술 합법화가 국회 영역이라는 점을 짚기도 했다. 헌재는 "문신 시술 자격제도와 같은 대안의 도입 여부는 입법 재량의 영역"이라며 "입법부가 대안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하도록 허용했다고 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21대 국회엔 문신 시술자의 자격·신고 및 지도·감독·벌칙 규정 등을 담은 문신사법안, 타투업법안, 반영구화장 문신사법안 등이 계류돼있지만 본격적인 논의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그러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6일 국회에 "문신시술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피시술인의 개성 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비의료인 문신 시술자에게 일정한 자격요건을 부여하되, 그에 따른 엄격한 관리·감독 체계를 규정한 관련 입법안을 조속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재판관 4명 반대의견 "사회 인식 변화, 새 관점 필요"

타투이스트 도준(왼쪽부터), 도이, 조각의 작품. 타투유니온 제공

타투이스트 도준(왼쪽부터), 도이, 조각의 작품. 타투유니온 제공

이날 반대 의견을 낸 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문신시술은 치료 목적 행위가 아니란 점에서 다른 무면허 의료행위와 구분되고, 최근 문신 시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로 수요가 증가해 새로운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프랑스·영국 등과 같이 의료인 자격까지 요구하지 않고도 규제를 통해 안전한 문신 시술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신 시술의 예술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문신 시술에는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표현력도 필요한데 오로지 안전성만을 강조해 의료인에게만 허용한다면,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오히려 불법적이고 위험한 시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금지는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로,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비의료인도 위생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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