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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라질 수 있다, 청동기인처럼

입력
2022.03.31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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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들은 한순간에 멸망했다. 신흥 철기인들에게 패권을 뺏긴 청동기인들 얘기다. 쇠로 만든 강력한 무기와 도구로 무장한 철기인들이 침략전쟁을 시작하자, 청동기인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석기시대를 극복한 것에 도취돼 세상의 변화에 너무 둔감했다는 사실, 무엇보다 무기체계의 개혁을 도외시하고 안주한 것이 패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권세력은 권력을 잃었고, 백성들은 재산을 잃은 채 노예가 되거나 목숨을 잃었다. 영화를 누렸던 청동기국가는 이렇게 사라져 갔다.

우리도 지금 격렬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개인과 기업들이 초연결되고, 개인의 관심과 이용기록을 장악한 빅테크 기업들이 전 세계 지역시장을 초토화시키는 디지털전쟁 말이다. 이들은 매장 하나 없지만 세계 최대 쇼핑몰(예컨대 아마존)이고, 객실 하나 없어도 세계 최대 호텔(에어비앤비)이며, 자동차 하나 없이 세계 최대 운수회사(우버)가 되었다. 앞으로 이들은 병실 하나 없이 세계 최대 병원이 될 것이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을 속속 장악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다.

디지털 시장은 시간과 거리를 초월해 전 세계를 단일시장으로 만들어 전 세계 소비자들을 장악한다. 스마트폰이 출현한 지 10년 만에 빅테크 기업들은 세계의 정보와 돈을 빨아들이고,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구축해 가고 있다. 이들은 규제가 약한 콘텐츠산업이나 유통산업에서 시작해 금융, 의료, 법률과 같은 규제가 강한 산업으로 지배력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가치의 인터넷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대체불가능토큰(NFT)은 지식재산(IP)과 결합해 다양한 산업의 기존 패권을 무너뜨리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산업, 신경제 강자에 대한 대응은 대단히 낙후적이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전환한 것에 도취돼 기득권에 안주한 청동기인들처럼 말이다. 전통산업을, 제조업을, 소상공인을, 골목상권을, 금융산업을, 의료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기득권을 보호하고 결국 디지털 신산업의 성장을 막는다. 법률산업의 소비혁명을 가져올 법률플랫폼은 변호사를 종속시킨다며, '타다'가 이룬 운수혁신은 택시산업을 종속시킨다며 도처에 타다금지법을 만들어 반대한다.

전 세계가 디지털 단일시장으로 급격히 변해 온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와 '청동기식 기득권'은 자국시장을 규제로 폐쇄하며 디지털 변환을 막아 왔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막을 수 없어, 영상콘텐츠 유통산업은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거의 무너진 상황이다. 비식별정보의 유통시장을 가로막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AI산업은 데이터를 구하지 못해 아직도 스타트업 단계이고, 개발자들은 AI산업을 포기하고 최근 블록체인산업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가상자산산업을 5년간 억눌러 온 결과, 우리는 미래금융의 주도권을 놓치고 있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버려야 산다는 옛말은 바로 오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디지털 단일시장으로 변한 글로벌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길은 청동기 성공신화를 버리고, 철기문명을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신구 산업 간 갈등을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미봉책으로 무마할 것이 아니고, 패퇴할 산업의 이주대책을 세워주는 것이어야 한다. 새로운 실험을 규제 없이 마음껏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차세대 기업들의 성공신화가 비온 후 죽순 자라듯 쏟아지는 것에서 교훈을 얻자.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국가를 지켜주는 시대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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