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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에 10년 보금자리 잃고 쫓겨날 유기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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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에 10년 보금자리 잃고 쫓겨날 유기견들

입력
2022.03.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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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유기견 보호소 가봤더니]
연태성 대표, 안락사 처지 유기견 피난처 제공
재개발조합 "무단 점유...사업 시작되면 나가야"

지난 2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 안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지난 2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 안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지난 27일 오전 '인천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미추홀구 숭의동 옛 우각로 문화마을.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이 한창인 동네 곳곳에선 건물 철거를 앞두고 가림막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적을 찾기 어려운 언덕길을 지나 위로 갈수록 개 짖는 소리가 또렷해졌다. 마을 꼭대기 옛 전도관에 들어서자 건물과 마당에서 뛰놀던 유기견 90여 마리가 기자를 맞이했다.

옛 전도관은 1957년 당시 한국예수교전도관부흥협회(현 천부교)가 세운 예배당이다. 1987년부터 한국예루살렘교회(현 예수중심교회)가 사용하다 2005년 떠난 뒤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현재 이곳에선 연태성(61) 대표가 사설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 중인데, 10여 년간 기약 없던 재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간판사업을 하던 연 대표는 동네 토박이로, 우각로 문화마을 조성사업이 착수된 2012년 유기견과 첫 인연을 맺었다. 빈 집을 예술가들에게 무상임대, 작업공간으로 쓰게 하는 이 사업에 참여했던 연 대표는 동네 돌아다니는 유기견들을 데려다가 마당 한쪽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마을에 완전 공가가 100여 채, 부분 공가가 50여 채였는데, 재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빈 집은 빠르게 늘어갔다. 유기견, 유기묘도 함께 증가했다. 현재 빈 집은 800여 채로 추산된다.

지난 2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 안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의 유기견들. 이환직 기자

지난 2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 안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의 유기견들. 이환직 기자

지금의 유기견 보호소 형태가 갖춰진 것은 우각로 문화마을이 해산된 2016년쯤이다. 옛 전도관 건물과 마당에 견사를 세우고 유기견들을 데려와 키웠는데, 그 숫자는 계속 늘었다. 인천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를 당할 처지에 놓이거나 개농장에서 방치된 유기견들이 구조돼 이곳으로 옮겨졌다. 개를 옛 전도관 앞에 버리고 가는 사람도 생겨났다. 최근 경기 고양시 벽강보호소에서도 20여 마리가 이사왔다. 유기견들은 국내외로 70~80마리가 입양되고, 현재 90여 마리가 남아 있다.

연 대표는 "재개발 조합에서 명도소송을 제기해 이달 31일 첫 심리가 열린다"며 "자원봉사자들 도움과 후원, 유기견 위탁비로 꾸려가고 있어 대체 부지를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나가는 조건으로 허용했는데, 현재는 무단 점유 상태"라며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도 "조합 측이 이사 비용 등과 관련해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옛 전도관 일대 6만9,428㎡ 땅에 지하 3층~지상 29층 18개 동 1,705가구를 짓는 재개발사업은 2025년 준공 예정이다.

지난 2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 안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지난 2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 안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지난 2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 안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의 유기견들. 이환직 기자

지난 2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사업지 안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의 유기견들. 이환직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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