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 25일까지 인수대금 예치하지 않아
쌍용차, 과거와 달리 경영환경 개선
새 인수자 찾지 못하면 청산 가능성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이로써 18년 만에 국내 기업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던 쌍용차는 또다시 새 주인을 찾아 나서야 할 험로에 놓였다. 쌍용차의 운명을 손에 쥔 법원에선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쌍용차의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쌍용차, 인수합병 계약해지 통보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지난 25일 예치해야 할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않아 인수·합병(M&A) 투자 계약이 해제됐다"고 28일 공시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지난 1월 3,049억 원에 쌍용차를 인수·합병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가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 2,743억 원을 관계인 집회(4월 1일) 5영업일 전인 이달 25일까지 납입하지 못하면서 쌍용차와 계약도 해제됐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 무산으로 쌍용차가 제한적인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인수합병을 재추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은 공개입찰로 인수합병을 진행했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경우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제한적인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을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용원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경영여건 개선이 회사의 미래 가치를 증대시켜 보다 경쟁력 있는 인수자를 물색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단 시일 내 재매각을 성사시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해소는 물론 장기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쌍용차가 새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해 입찰 공고 당시 쌍용차에 인수 의향서를 보낸 업체와 사모펀드 등은 11개에 달했지만, 본입찰에는 카디널 원 모터스(HAAH오토모티브 새 법인) 컨소시엄, 인디EV,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등 3곳만 참여했다. 이마저도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제외한 2곳이 자금 조달 계획의 구체성 부족 등을 이유로 입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산업은행, 공적자금 투입하나
새로운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400여 개에 달하는 쌍용차 협력사들의 연쇄적인 파산이 우려된다. 앞서 법원 조사위원은 쌍용차를 존속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가치가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20억 원이고, 쌍용차가 유지될 경우의 미래 수익을 따진 계속기업가치는 6,200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현재 경영여건이 에디슨모터스와 인수합병을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만큼 새 인수자를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쌍용차는 올 6월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인 J100을, 글로벌 전기차 기업인 중국 BYD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는 U100을 출시하는 등 수익 개선 전략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과거 쌍용차는 경영난 상황에서 출시한 소형 SUV인 티볼리가 선풍적 인기를 끌며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쌍용차를 회생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두 번째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에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지난 2004년 상하이자동차, 2010년 마힌드라에 매각됐다가 또다시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를 세금으로 살릴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 계약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
한편, 에디슨모터스의 자회사인 에디슨EV는 이날 쌍용차의 인수합병 투자계약 해제 통지와 관련해 "당사가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본계약 해제에 대한 '계약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사측은 "당사가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본인수합병 투자 계약에 따라 18일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관계인 집회 기일 변경을 요청했으나 25일 기일 변경 요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이에 당사가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이날 법무법인을 통해 회생법원에 관계인 집회 기일변경신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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