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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종착지는 '유럽의 한반도?'… "러, 한국 시나리오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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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종착지는 '유럽의 한반도?'… "러, 한국 시나리오 검토 중"

입력
2022.03.28 19:27
수정
2022.03.28 21:5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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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남동부 '분단 시나리오' 부각
젤렌스키 대통령 "돈바스 타협 원해"
"분단 현실화 땐 신 냉전 공포 고조"

26일 우크라이나 중부 체르카시 인근 육군 검문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는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분단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체르카시=EPA 연합뉴스

26일 우크라이나 중부 체르카시 인근 육군 검문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는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분단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체르카시=EPA 연합뉴스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출구 전략으로 ‘한국 시나리오’를 검토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남북으로 나뉜 한반도처럼, 우크라이나 영토를 남동부와 나머지 지역으로 쪼개 분단국가를 만든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역시 휴전 조건으로 ‘중립국 카드’를 내밀면서도, “영토 문제는 협상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부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지와 비점령지로 이분하는 상황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사실상 이곳에 남한과 북한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이 강한 동부 돈바스 지역과 2014년 강제 병합한 남부 크림반도, 침공 이후 손에 넣은 남부 헤르손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 한반도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갈라진 것처럼, 우크라이나 남동쪽을 가르는 분단선을 긋는 게 푸틴 대통령의 새 전략이라는 뜻이다.

물론 아직은 예상 수준이다. 러시아가 이를 공론의 장에 꺼내든 적도 없다. 다만 이미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만한 조치들이 실행 중이다. 러시아군 점령지에서는 친러 성향 인사들이 의회에 입성했다. 우크라이나 화폐 흐리우냐 대신 러시아 루블화 사용 빈도도 늘었다.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이 이날 러시아 연방 가입 주민투표를 예고한 것도 분단 체제를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의 아픈 역사가 우크라이나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부다노우 부장은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게릴라전을 펼쳐 계획을 무산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올렉 니콜렌코 외무부 대변인도 “일시 점령지에서 실시한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고, 어느 나라도 국경의 강제 변경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 매체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2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 매체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대신 우크라이나는 ‘중립국화(化)’ 수용 의사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3자에 의한 중립국화 보장 △국민투표를 통한 결정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안보 보장과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포기와 함께 평화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던 사안을 수용키로 한 셈이다.

더 나아가 그가 “돈바스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한 점에선 우크라이나가 분단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돈바스 분리 독립 방안은 양보 불가라고 선을 그어온 까닭이다. 그는 이날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도 “전쟁 승리 기준은 영토가 아닌 국민 생명 보호”라며 “물론 우리 땅은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통치 구역일 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나 5차 협상을 벌인다. 개전 후 한 달이 넘어가면서 민간인 1,119명이 희생(유엔 추산)되는 등 재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분단’을 골자로 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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