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페스트의 밤' 출간한 오르한 파묵
“푸틴은 아주 원시적이고 나쁜 방법으로 자신의 손에 핵이 있고, 그 핵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 우리를 두렵게 했습니다. 과거의 세계로 퇴보하는 상황입니다. 푸틴의 공격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주 원시적이며 중세적인 행동입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최근 신작 장편소설 ‘페스트의 밤’ 한국 출간을 기념해 국내 언론과 가진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다.
작품을 번역한 이난아 한국외대 터키어과 교수가 줌으로 대신 진행한 인터뷰에서 파묵은 “팬데믹에 전쟁까지 겹쳤다. 인류는 왜 과거의 경험에서 진일보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TV에 나오는 가련한 우크라이나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그들은 과거의 질서로 되돌아갔기 때문에 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파묵은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인류가 고통을 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소설가로서 나는 정치적 문제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지만 단지 이러한 상황의 모순을 소설을 통해 보여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파묵이 이처럼 말한 까닭은 신작 ‘페스트의 밤’이 전염병이 창궐한 세계를 그린 재난 소설이기도 하지만, 20세기 초반 오스만 제국의 몰락기를 배경으로 혁명과 독립, 국가의 탄생을 그리는 정치 사회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1901년 동지중해에 있는 가상의 섬 민게르에 3차 페스트가 발생한 이후 6개월의 시간을 그린다.
코로나19 시기에 출간되긴 했지만, 전염병이라는 소재 자체는 파묵의 오래된 관심사였다. 지난 10년간 이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읽었다는 파묵은 “방역 적용의 어려움, 방역과 격리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끌었다”며 “페스트를 민족주의의 부상, 제국의 붕괴 후 작은 국가들의 탄생, 그리고 이 모든 사회적 변화를 촉발시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소설과 현재 사이 120년이라는 간극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을 대하는 인간의 반응은 무척 비슷하다. 이에 대해 파묵은 “현재의 편한 질서가 흐트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해도 당장은 조치를 취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해 장기간 지속된 방역에 지쳐 반발하기 시작한다”며 “과거에는 (전염병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했다면 지금은 알기 때문에 두려워한다”고 했다.
‘페스트의 밤’의 주요 화자는 모두 여성이다. 파묵은 “나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나의 작품에서 여성 주인공이 사건의 모든 것을 보고 설명하는 방식을 택할 소설을 쓸 예정”이라며, 이 같은 선택에 대해 “중동 지역 남성으로서 나에게도 존재하는 전형적이고 형편없는 사고들을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묵은 마지막으로 "팬데믹이 끝나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며 "나는 낙관론자다. 이 팬데믹이 끝날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국에 가서 박물관들도 방문하고 싶고, 거닐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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