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개 진출기업, "0.003% 때문에 통상 불이익"
거듭된 항의에도… 보건당국 "더 지켜봐야" 고집
“일평균 확진자 12명 발생이 베트남과의 통상 교역이나 한국 국익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냐."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이 한국 보건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정책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베트남발 한국행 입국자 중 극히 소수 인원이 코로나19 추가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입국자의 시설격리 7일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3위 교역국인 베트남의 중요성을 간과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에도 보건당국은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실정이다.
27일 베트남 외교가와 산업계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앞서 24일 “한국의 감염 안정성 확보를 위해 내달 1일부터 베트남에서 입국하는 모든 인원에 대해 일주일 격리 결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가 불합리하다’는 주 베트남 한국대사관과 베트남 외교부, 한국 기업들의 항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보건당국은 “최근 국내에 입국한 인원 중 추가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나라가 베트남”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방역정책은 한 나라의 고유권한으로, 특정 국가에서 확진자가 대거 유입될 경우 당연히 격리 등의 조치로 확산을 막아야 한다. 문제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냐는 점이다. ‘정확한 추가 확진 수치를 알려 달라’는 베트남 외교ㆍ산업계의 요구에 보건당국은 “하루 평균 12명 정도가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고 회신했다. 이날 기준 지난 30일 동안 하루 평균 3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한국에서 고작 하루 12명이 나온다는 이유로 베트남발 입국자를 격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시 베트남 북부 타잉화성(省)에서 열린 '미트 코리아' 행사에서 10여 개 베트남 지방정부 대표들과 만나 투자 확대방안을 논의 중이던 150여 개 한국기업들이 성토한 것도 이 때문이다. A기업 법인장은 "12명 수준이면, 한국의 일일 확진자 수의 0.003%에도 못 미친다"고 방역당국의 기계적 정책 적용에 목소리를 높였다. B기업 대표 역시 “2년이 넘도록 미뤄 둔 각종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려는 데 한국이 하늘길을 일방적으로 막아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며 “베트남 파트너들에게 ‘12명 때문에 그렇다’고 말하면 믿기나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한국 보건당국이 개선된 현지 방역 상황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노완 주베트남 한국대사는 "베트남 현지의 사망률 및 중증환자 발생 비율도 안정되고 있고, 한국 입국자 중 확진자 수도 미미한 수준임을 국내 유관기관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며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 교류의 중요성을 고려해 하루라도 빨리 우리 보건당국의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일방적인 방역조치로 양국 간 통상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한용 한인 상공인연합회(KORCHAMㆍ코참) 회장은 "이번 결정이 유지되면 현지 한국기업들의 경영난 가중과 동시에 양국 공동사업도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을 빚을 것"이라며 "만에 하나 베트남 정부가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나서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지의 강력한 반발에도 한국 보건당국은 요지부동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유관부처 합동회의에서 다시 살펴보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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