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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집회 풍속도… '신구 집회 1번지' 효자동·통의동 상반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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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집회 풍속도… '신구 집회 1번지' 효자동·통의동 상반된 표정

입력
2022.03.26 04: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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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자리한 통의동, 매일 시위대 몰려 몸살
상인들 "지나다니기도 힘들어 손님 감소" 불만
청와대 앞 효자동은 한산… 주민들 내심 환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개 차로를 따라 청와대 인근 효자동치안센터로 행진하던 중 통인동 인근에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개 차로를 따라 청와대 인근 효자동치안센터로 행진하던 중 통인동 인근에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차기 정부가 청와대 아닌 곳에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이에 따라 집회 중심지도 자연스레 바뀌면서, 이웃과 다름없이 가까운 두 동네의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청와대 인근이라 집회가 잦았던 서울 종로구 효자동은 시위가 대폭 줄어 평온한 분위기인 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사무실이 자리한 종로구 통의동은 새로운 집회 메카로 부상하면서 주민과 상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동시다발 시위에 고통받는 통의동

통의동은 인수위가 입주한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중심으로 매일같이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25일 오후 인수위 맞은편 고궁박물관 서쪽 인도엔 손팻말과 확성기를 든 대여섯 명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오전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경복궁역에서 효자동치안센터로 행진하다가 인수위 인근에서 모든 차로를 점거하면서 경찰과 충돌하는 일도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시위대 증가로 울상이다. 일대가 늘상 혼잡해지면서 손님이 줄어든 데다가 출퇴근도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수위 바로 옆 골목은 음식점과 한복 대여점이 몰려 있는 곳인데 집회나 기자회견이 있으면 골목 출입이 어려워지는 터라 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이 장벽에 부딪히면서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고도 당분간 인수위에서 업무를 보게 될 거란 관측까지 나오자, 동네에선 망연자실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복 대여점 관계자는 "우리 매장에서 (시위 장소가) 몇 미터 안 떨어져 있어서 너무 지겹고 힘들다"며 "사람이 못 지나다니는데 (장사가) 되겠나. 대통령 집무실을 빨리 옮기고 시위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음식점 사장은 "통행이 복잡해져서 손님이 덜 오고 경찰기동대 버스도 주차돼 있어 길도 많이 막힌다"며 "상인들 모두 힘들어하는데, 당선인이 (연수원 건물에) 오래 머문다고 하면 너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며 각계 단체의 기자회견과 1인 시위의 주요 거점이 청와대 앞에서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 앞으로 옮겨졌다. 23일 인수위 맞은편 인도에 1인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내건 피켓이 다수 걸려 있다. 이한호 기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며 각계 단체의 기자회견과 1인 시위의 주요 거점이 청와대 앞에서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 앞으로 옮겨졌다. 23일 인수위 맞은편 인도에 1인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내건 피켓이 다수 걸려 있다. 이한호 기자


300m 옆 동네에 찾아온 평화

창성동을 사이에 두고 통의동과 300m가량 떨어진 효자동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대규모 집회가 잦아든 데다가 소규모 시위대도 점차 통의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여전히 청와대에 있으니 시위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집회 1번지'로 불리던 예전에 댈 건 아니다.

효자동 주민들은 이런 변화를 내심 반기고 있다. 윤모(59)씨는 "과거 보수 단체에서 집회할 때는 시끄러웠는데 요즘은 집회 규모가 작아지고 횟수도 줄어 그렇게 불편하진 않다"고 말했다. 서울맹학교도 한산해진 동네 분위기의 수혜자다. 이곳 학부모들은 수업이 힘들 만큼 소음을 일으키는 집회 때문에 '시위 반대' 시위를 열기도 했다. 시각장애로 청각이 발달한 학생들이 시위 소음으로 고통받고 통행에 불편을 겪는 점도 학교의 애로사항이었다.

경찰은 통의동 일대 상인 및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수위 부근) 시민들이 많이 불편하겠지만 집회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도로 통제 등 시민 불편과 직결된 사안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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