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노동신문 등 ICBM 시험발사 보도
'핵전쟁 억제력' 강조하며 군축협상 노려
김정은 등장 홍보영상… 대내 결속 의도
국방발전 5개년 계획 상수, 핵실험 가능성도
북한이 2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미 제국주의와 장기적 대결을 준비할 것"이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공개했다. 앞으로도 무력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못 박은 셈이다. 북한은 '핵 억제력'과 '김 위원장의 현장지도'를 부각하며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내부 결속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추가 ICBM 시험발사는 물론 핵실험 재개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 후에도 남북 및 북미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핵 억제력 강조… '협상 주도권' 노리는 北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ICBM 시험발사 이후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자체 시간표에 따라 무기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같은 의지는 북한 보도 곳곳에서 읽힌다. 수차례 핵 억제력을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ICBM 시험발사 당시엔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보다 '미국 본토 전역 타격',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 등 무기 성능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에는 "화성포-17형 무기체계는 핵전쟁 억제력으로 사명과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며 개발 목적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핵군축 협상으로 끌고 가려는 '북핵으로 한반도 세력균형이 유지된다'는 주장과도 맥이 닿아 있다. 무기 개발 목적이나 규모 면에서 비핵화 의미를 퇴색시키고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있다는 이야기다.
김정은 지도 강조, 대내 결속 의도도
핵과 함께 김정은 체제의 상징인 ICBM을 대내 결속에 이용하려는 의도도 있다. "용감히 쏘라!" 문구가 적힌 친필 명령서를 공개하는가 하면,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과 군 관계자들이 액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등장하는 홍보영상을 방송했다. 예상보다 일찍 ICBM를 발사한 북한은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 전후로 대규모 열병식 등으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러한 대내 결속 의도를 시험발사 성공 조작 가능성과 연결 짓는다. 한미 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북한이 밝힌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화성-17형을 발사했다가 실패했는데, 이에 따른 내부 동요를 의식해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포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남북·북미관계 긴장 지속
어떤 의도이든 북한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무력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공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이 오는 2025년까지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 주변의 긴장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고체연료 ICBM, 다탄두(MIRV), 핵추진잠수함 등 5개년 계획에 포함된 무기들을 잇따라 선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 집중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대응 약화, 한국의 정권 이양기 틈을 타 향후 개발 프로세스 완수를 위해 모라토리엄(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 파기를 감행한 것"이라며 "향후 한미의 태도 등을 보면서 하반기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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