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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충돌한 文·尹... "회동에 무슨 조건을 다나" vs "명도만 남은 쪽이 자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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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충돌한 文·尹... "회동에 무슨 조건을 다나" vs "명도만 남은 쪽이 자제를"

입력
2022.03.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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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 청와대 제공, 오대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 청와대 제공, 오대근 기자

결국 전면전이다. 정권 말 공공기관 인사권을 두고 갈등을 키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직접 충돌했다. 평화로운 정권 이양의 가능성은 자취를 감추었다.

양측은 서로 "물러설 이유가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7명 중 2명이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회를 문 대통령이 채우고 퇴임할 것인지가 핵심.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에 무슨 협상과 조건이 필요한가”라며 윤 당선인을 겨냥했다. 인사권 문제가 잔뜩 꼬여 두 사람의 회동조차 무기한 연기된 상황의 이유를 윤 당선인의 오판에 돌린 것이다.

윤 당선인도 참전했다. 그는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사권은 현 정권에 있다'고 주장하는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문 대통령 뜻대로 인사를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신구 권력 간의 갈등은 확산일로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날 윤 당선인의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폐지' 공약에 반기를 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예정됐던 법무부의 업무 보고를 거부했다.

文 “답답하다… 다른 이의 말 듣지 말라” 尹핵관까지 거론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참모진 회의에서 윤 당선인을 향해 직접 메시지를 발신했다. 문 대통령은 “답답해서 한 말씀 드린다.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을 하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나누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이 '일방적 인사권 행사는 없다는 청와대의 약속'을 회동 조건으로 내건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문 대통령은 또 “대통령 당선인이 현직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예의를 갖춰 만난다'는 뜻의 '예방'이란 표현엔, 윤 당선인이 현직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한 문 대통령의 불쾌감이 서려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윤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른바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들 때문에 윤 당선인의 판단이 흐려졌다는 점도 꼬집었다.

문 대통령 발언의 행간에 새겨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인사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윤 당선인의 인사권 요구는 월권이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尹 “집 판 사람은 집을 고치지 않는다” '文=매도인' 빗대

날카롭긴 윤 당선인도 마찬가지였다. 윤 당선인은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다년간 있을 사람을 (문 대통령이)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의 천막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쏟아낸 작심발언이었다. 그는 "나는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 그렇게 (차기 정부와 인사 조율을)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정권 교체=주택 매매'라는 비유를 들어 “지금은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대금을 다 지불하고 명도만 남아 있는 상태”라며 “매도인(문 대통령)에게 아무리 법률적 권한이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윤 당선인)의 입장을 존중해서 본인(문 대통령)이 사는 데 필요한 조치는 하지만 집을 고치거나 이런 건 잘 안 하지 않느냐”고 했다.

회동 가능성에 대해선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니겠나”라며 여지를 뒀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윤 당선인은 다음 주부터 각 지역 민생 탐방을 떠나겠다는 계획을 직접 밝혔다. 주말 전 화해 분위기를 만들지 못할 경우 회동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윤 당선인의 판단에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당선인 대변인이 현직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으로, 윤 당선인 측의 분노 수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물러서지 않는 양측… 서로 “인사는 우리 몫”

타협의 기운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청와대가 내세우는 건 원칙론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도 마지막까지 인사를 했다. 인사는 임기 안에 주어진 법적 권한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법적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께서도 대통령으로서의 인사 권한을 임기까지 행사하시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은 더 강경하다. 문 대통령이 더 타격일 거라는 계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 인수인계를 거부한 헌정사상 첫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고 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윤 당선인의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김현빈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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