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띠부띠부실' 열풍 뒤에… 3대 이은 스티커 사업가 있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띠부띠부실' 열풍 뒤에… 3대 이은 스티커 사업가 있었다

입력
2022.03.29 04:00
24면
0 0

[김영회 환타스틱스 대표]
"해외여행 중 스티커 접하고 숙명이라 생각"
포켓몬스터 본고장 일본 등 해외서도 주문
제조기술 유출 막으려 스티커 외부 유출 금지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가업… 책임 막중"

김영회 환타스틱스 대표가 아버지의 아이디어가 묻어있는 인쇄기 앞에서 활짝 웃으며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김영회 환타스틱스 대표가 아버지의 아이디어가 묻어있는 인쇄기 앞에서 활짝 웃으며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스티커 기술이 제빵업계에 열풍을 몰고 왔다. 그 이면에는 3대를 잇는 가업이 자리잡고 있었다.

SPC삼립이 출시한 포켓몬빵의 스티커 '띠부띠부실'을 제조하는 김영회(35) 환타스틱스 대표는 28일 "제조 기술을 갖추고 영업하며 기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건 3대째 가업을 잇는다는 소명과 직원과 상생한다는 책임감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띠부띠부실은 떼었다 붙였다하는 스티커를 말한다.

환타스틱스는 직원 수 27명, 연매출 30억 원 규모의 스티커 제조기업으로 경북 경산시 와촌면 계전리에 터를 잡고 있다. 흔적이 남지 않아 떼고 붙이기를 수차례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점착식'을 포함해 45가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1961년 김 대표의 할아버지가 대구 대현동에 '왕자고무'라는 회사를 세워 문구용품을 만들면서 가업이 시작됐다. 이후 김 대표 아버지인 재덕(67)씨는 회사를 물려받아 1983년 대구 용계동에서 '유니테크'라는 스티커 제조 기업으로 다시 창업했다. 전통 문구류는 노동집약적 사업이라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진단한 뒤에 내린 결정이었다.

스티커 시장은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아 경쟁이나 시장의 압박이 덜했다. 여기에 김 대표의 자신감도 한몫 했다. 그에게는 명문대 법대 졸업장보다 가업을 잇는다는 사명감이 더 컸다. 지구촌 곳곳으로 박람회 등을 찾아다니기 시작해 현지인을 사귀며 현재의 띠부띠부실을 탄생시킨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스티커는 '일회용'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선명도도 떨어지고 빛바램 현상도 심해 내구성도 떨어졌다. 김 대표는 설비를 개량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며 스티커 품질을 개선했고 1995년 사업장을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1997년 1월에는 포켓몬스터의 본고장인 일본 굴지의 제빵기업 다이이치빵에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독점 납품하면서 폭풍 성장가도에 올랐다. 동종업계에서 보기 드문 해외 수출 성과였다. 이듬해 삼립식품(현 SPC삼립) 포켓몬빵에 들어가는 스티커를 납품했고, 1999년 환타스틱스로 회사명을 바꿨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환타스틱스라는 기업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환타스틱스 제품은 스티커 관련 특허만 45가지가 된다. 환타스틱스사 스티커는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 중 하나로 호평을 받고 있다. 김민규 기자

환타스틱스 제품은 스티커 관련 특허만 45가지가 된다. 환타스틱스사 스티커는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 중 하나로 호평을 받고 있다. 김민규 기자

최근 일반 스티커 품질도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한 번 쓰면 재사용이 쉽지 않다. 반복해서 떼고 붙이기가 가능한 '띠부띠부실'이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이유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다른 회사들이 따라 오기 힘든 경쟁력으로 꼽힌다.

환타스틱스는 기업의 최대 보안사항인 스티커 제조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포켓몬빵 스티커의 외부 유출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생산라인에선 스티커 사진촬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 여행을 갔다가 스티커를 처음 접하고는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커졌다"며 "그 순간 가업을 잇는 게 숙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2011년 회사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아들에게 사업을 맡겼다. 그는 "아버지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실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업이 끊기면 안 된다는 소명과 직원과 고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며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끈기"라고 강조했다.

대구= 류수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