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절전운동
16일 밤 후쿠시마 앞 강진, 전력 위기
지역 간 송전망 미비 등 여론의 도마에
“특무기관 ‘네르프’가 긴급히 알립니다. 도쿄전력·도호쿠전력, 절전에 최대한 협력해 주세요.” “야시마 작전… 실제 상황인가?”
일본 정부가 도쿄와 도호쿠지역에 전력수급 위기 경보를 발령하고 국민에게 절전을 요청한 22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야시마 작전’이 화제에 올랐다. 인기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작전명이다. 적에 맞서기 위해 일본 전역을 정전시키고 각지에서 끌어 온 전력으로 양전자포를 발사하는 스토리다.
야시마 작전은 11년 전 3·11 동일본대지진 직후 많이 언급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모든 원전의 가동을 일단 중지해 전력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실시한 계획 정전이 32번이나 된다. 그러다 지난 16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4 강진이 발생하면서 도쿄전력 자회사 소속 화력발전소 6기가 가동을 중단한 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절전 운동’이 재현된 것이다.
군사작전 방불케 한 절전 노력... 경산성 잇단 기자회견 위기감 강조
22일 대규모 정전 발생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기울인 노력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경제산업성은 전날 오후 9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경보를 발령한 뒤 22일 오후 2시 40분에도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절전을 호소했다. “목표에 200만~300만kW가 밑돈다. 이대로는 광범위한 정전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며 위기감을 강조했다.
방송과 인터넷 사이트는 100%가 넘은 전력 사용량을 수시로 전하며 보조를 맞췄다. 일부 지상파는 조명을 줄여 평소보다 어두운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했다. 도쿄타워, 스카이트리와 요코하마 코스모 대관람차 등 수도권 랜드마크는 야간 조명을 껐고 테마파크는 전력 소모량이 많은 놀이기구의 가동을 중단했다. 도쿄전력은 도호쿠와 간사이 지방 전력회사는 물론 제철소 등 자체 발전을 하는 기업에 요청해 전력을 사 왔다. 야간에 물을 끌어올렸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낮에 수력 발전을 하는 ‘양수 발전’도 물이 바닥나기 직전까지 가동했다.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도쿄의 낮 기온이 3도에 그친 날씨에도 “실내 난방을 20도로 낮춰 달라”는 정부 지시에 따랐다. 주유소에는 정전을 대비해 등유를 사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마침 이날은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끝나고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 첫날이었으나, 절전 운동에 시민들이 일찍 귀가하면서 식당 주인들은 불만이 큰 모습이었다.
수급 상황 개선됐지만 여유 없어... 송전망 미비 등 전력 안정적 공급 문제
일본 정부는 23일 오전 11시를 기해 도쿄전력 관내에 발령된 경보를 해제했다. 24일부터는 기온이 다시 상승해 전력 수급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위기의 원인이 된 화력발전소의 가동 중지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일본에선 이번 위기를 계기로 전력공급 문제가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게이단렌 등 경제단체는 노후 원전의 재가동이 늦어지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대부분 전력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 이뤄지고 송전선 건설이 미비해 도시까지 오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전력공급 체계는 각지에서 대기업이 독점 운영한다”며 “관할지를 넘어 전기를 보내는 연계 송전망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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