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미·한 순방 나설 듯...취임 1년 만에 처음
우크라이나 시선 분산 틈에 북핵 주도권 노림수
방한시 윤석열 측 참모 별도 접촉 가능성
중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러시아를 포함한 북핵 문제 당사국들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임명된 류 특별대표가 주변국 순방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시선이 분산된 와중에 중국이 북핵 외교의 시동을 먼저 걸고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류 특별대표가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베이징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약 일주인간 러시아에 머물 것으로 관측되며, 방러 이후에는 미국과 한국 등 다른 북핵 당사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 이번 순방 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류 특별대표의 순방 일정에 대해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중 양국이 북핵 협상대표 간 대면 협의 일정을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3~4월 중 류 특별대표의 관련국 순방 가능성은 높다. 한국 정부 외교부도 이날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수시로 긴밀히 소통해 오고 있다"며 "류 특별대표의 방한과 한중 간 대면 협의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특별대표는 최근까지 한·미·러 등 주요 북핵 당사국과 전화 협의에 국한된 소통을 가져왔다. 임명 1년 만에야 첫 주변국 순방에 나선 것은 북핵 협상 재개에 앞선 일종의 '예열 외교'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16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지만, 성능 증명에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추가 시험 발사를 감행한다면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주석의 생일) 110주년이나 인민군창건일 90주년(4월 25일) 등 초대형 이벤트가 몰린 내달이 될 개연성이 크다. 한반도와 주변국의 북핵 당국자 그룹에서 비교적 '신참'격인 류 특별대표 입장에선 '북한발(發) 군사도발의 계절'로 일컬어지는 4월 전 주변국과의 소통 저변을 넓혀 둘 필요가 있다.
북핵 외교 무대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분명히 재확인시킬 적기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외교역량을 쏟느라, 북한의 핵 도발 재개 움직임에 눈에 띄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 교체기인 한국 역시 당장의 대북 대화 재개에는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북미 양자 중심으로 돌아갔던 북핵 외교에 중국이 다시 개입, 다자 체제로 전환시키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주목했다.
류 특별대표가 방한할 경우 한국 측 북핵협상 대표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을 감안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외교안보 참모와 별도의 실질적인 접촉이 이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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