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교 이용자들 금강 아닌 들녘 구경할 판
세종시장 "시민들 의견에 따라 보 존폐 결정"
세종보의 운명은 바뀔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문재인 정부 4대강 정책 폐기 공약에 이어 24일 세종 금강보행교 개통을 앞두고 지역에서 ‘세종보 존치’ 목소리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심 복판을 지나는 금강의 수자원을 활용, 도시 경쟁력 제고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는 상류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시설로, 환경부는 2020년 세종보에 대해 해체 결정을 내렸다.
세종시 관계자는 21일 “(세종보가 해체되면)금강보행교를 거니는 국민들이 갈수기엔 금’강’이 아닌 들판을 구경하게 된다”며 “시민의 의견에 따라 해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금강 3개보(세종·공주·백제보) 처리 방안에서 세종보에 대해선 해체하되, 그 시기는 세종시 등이 추진 중인 자연성 회복 선도사업의 성과와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이날 찾은 금강은 차라리 들판에 가까웠다. 강 가장자리 쪽에 설치된 선박 접안 시설은 수풀에 싸여 있었고, 강물을 직접 만져보기 위해서는 모험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세종시 관계자는 “최근 며칠 비가 내리긴 했지만, 갈수기라 더욱 말라 보이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세종보가 가동됐다면 지금처럼 세종시가 을씨년스럽고 피폐해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종시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노무현 정부시절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설계될 때부터 도시 기반시설에 포함된 시설이다. 서울 한강처럼 친수 공간을 늘려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가 부정됐고, 그 과정에서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한 세종보도 유탄을 맞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보는 일정 수량 이상일 때 저절로 흘러넘치도록 한 수중보”라며 “서울 한강에도 수중보가 있고 세계 여느 도시에서도 수중보가 적극 활용되는데, 세종보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후보 시절 "민주당 정권이 4대강 보 사업을 아주 폄훼하면서 부수고 있다"며 "이것을 잘 지켜 이 지역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시민들이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 존폐 논란은 서울 한강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한강 수중보는 건재하다. 10여 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잠실 수중보와 김포 신곡수중보 철거를 추진했다. 그러나 건기와 우기 강수량 차이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수중보가 있어야 홍수 조절이 가능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수자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에 무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에 수중보가 없다면 겨울엔 바닥이 드러날 것”이라며 “한강 수변에 들어선 체육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강에 물이 없는 서울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방침(해체)은 있지만, 그 입장과는 별개로 세종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그에 앞서 수량 확보 방안을 찾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