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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지지율 40%라는 마취제

입력
2022.03.2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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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 민심 직시 못하게 한 착시 효과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포스터(왼쪽 사진). 3ㆍ9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포스터.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포스터(왼쪽 사진). 3ㆍ9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포스터.

이 정도면 콘크리트가 아니라 화강암 지지율이다. 국민의힘 승리로 끝난 3·9대선 이후 15~17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42%에 달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모든 전임 대통령이 임기말 높아야 20%대의 처참한 지지율을 보였던 것과 상반된다.

전례 없는 지지율 고공행진은 정치권의 연구 대상이다. 측근 비리가 불거지지 않았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바라는 민심이 정부에 힘을 실어 줬다는 해석이 통설인 가운데 문 대통령의 담백한 성정이 비결이라는 견해도 있다. 물론 특유의 갈라치기로 40%의 팬과 나머지 안티로 국론이 양분된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이유가 뭐든, 늘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했던 대한민국 대통령 잔혹사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는 건 반길 일이다.

연구 대상은 또 있다. 임기 말 지지율이 20% 언저리였던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성공했던 정권 재창출이 불발된 건 왜일까.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민주당에 착시 효과를 준 것 같다.” 민주당 A의원의 말이다.

민심은 이미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여당 참패라는 결과로 경고를 보냈다. 이후 민주당은 여론조사를 거듭 실시했다. 부동산 실패와 조국 사태, 내로남불, 오만 등이 민심 이반을 일으켰다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쇄신 과제는 나왔지만 이행은 더뎠다.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 초선 의원들은 조국 사태와 내로남불을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친(親)문재인계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곧 진압됐다. 송영길 전 대표도 강성 지지층과 거리두기에 나섰으나 비주류로 혼자 뛴다는 인상을 지우진 못했다. 문 대통령 인기에 힘입은 친문계 주류의 아성은 그만큼 우뚝했다.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마냥 축복은 아니었다. 여당 후보는 국정 지지율이 과반이면 현직 대통령의 후계자 전략을 쓰면 된다. 반대로 국정 지지율이 형편 없으면 현직과의 철저한 차별화에 나서면 된다. 하지만 헷갈리는 40%대 지지율에 이재명 대선후보는 두 전략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선거 막판 윤 후보의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발언을 계기로 여권 지지층의 분노가 들끓자 이 후보는 차별화보다 후계자 전략에 더 무게를 실었다. 이즈음 나온 이 후보 대선 포스터를 본 민주당 사람들이 “2017년 대선의 문재인 후보 포스터와 빼닮았다”고 수군거린 건 우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문재인 마케팅’이 정권심판론 우위 구도에서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는 따져볼 일이다.

그 결과 이율배반에 가까운 두 명제가 참이 됐다. 레임덕 없는 최초의 대통령, 그리고 보수-진보 정권교체 10년 주기를 깨고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맞은 첫 대통령.

문 대통령 의도는 아니겠지만 국정 지지율 40%가 마취제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나머지 과반의 부글거리는 민심을 민주당이 직시하지 못하게 눈을 흐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제 다른 마취제를 쓰려는 것 같다. 1, 2위 후보 간 역대 최저 득표율 차, 0.73%포인트가 낳은 ‘졌잘싸’ 목소리다. 민주당 자체 경쟁력보다는, 2030여성 등 부동층이 막판에 눈 질끈 감고 표를 준 것이 박빙 승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쇄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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