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LGBTQ) 형제자매를 위해서 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사역에서 당신과 하나가 된 느낌을 받습니다. 영화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보고 공유하겠습니다.
제임스 마틴 신부가 박상훈 신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위터 팔로워가 30만명에 이르는 미국의 천주교 신부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와 그 가족들의 현실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개했다.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운동에 동참하는 한국인 신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천주교 교계의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성소수자를 외면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환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종교계에 따르면 제임스 마틴 신부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변규리 감독의 영화 ‘너에게 가는 길(Coming to you)’을 감상할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를 올렸다. 아시안팝업시네마 영화제를 통해서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미국 전역에 온라인으로 상영된 영화는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두 엄마가 저마다 아이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성소수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마틴 신부는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사목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친필 격려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에게 영화 소개를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낸 박상훈 신부는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홍정선 대표가 영화를 미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해서 마틴 신부에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박 신부는 “마틴 신부가 최근에 세계의 성소수자를 돕는 홈페이지인 아웃리치(Outreach)’를 만들었다면서 한국어 자료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덧붙였다. 두 신부는 모두 예수회 소속이다.
홍정선 성소수자 부모모임 대표는 자신이 천주교 신자로서 교계 분위기를 오랫동안 체감했다. 홍 대표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정기모임에 나온 사제와 수도자들은 그곳에서 당사자와 부모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면 태도가 바뀐다”면서 “보다 많은 성직자들이 성소수자 신자들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마틴 신부의 ‘환대하는 사목’은 교계에서 때때로 교회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천주교 교리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서 동시에 동성애자에게 하느님 앞에서의 순결(정결)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신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때문에 마틴 신부는 지난해 국내에도 출간된 저서 ‘다리 놓기’에서 논쟁은 잠시 미뤄두고 서로에게 다리를 놓듯이 다가가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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