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늦을수록 두통 악화·불안·우울·자살 충동 유발
3월 21일은 전 세계 ‘군발두통(群發頭痛ㆍcluster headache) 인식의 날’이다. 봄이 되면 일조량 변화와 같은 계절적 특성으로 군발두통을 포함한 두통 발작이 늘어나는데 이들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군발두통은 매우 고통스러운 두통이 한쪽 머리에 생기면서 눈물, 눈 충혈, 코막힘, 땀과 같은 자율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군발두통 환자들은 두통을 ‘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 ‘차라리 머리를 벽에 찧는 것이 나을 듯한 고통’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통증이 극심하다.
군발두통은 우리가 흔히 겪는 ‘긴장형 두통’이나 ‘편두통’과 증상이 다르다. 두통 발생 후 10분 내로 통증이 극에 달하다가 1~2시간이면 두통이 사라진다. 두통은 주로 한쪽 관자놀이와 안구 주변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또 환절기 같은 특정 기간에 나타나다가 매년 혹은 수년 간격으로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주로 남성 환자가 많은 편이다. 사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대에 시작돼 길게는 60대까지 지속된다.
두통 중 가장 통증이 심하고 뚜렷한 특징을 보이지만, 군발두통은 눈물, 코막힘과 같은 동반 증상과 관자놀이 주변의 통증으로 인해 다른 질환으로 오해해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군발두통은 연평균 진료 환자가 1만 명 정도에 그칠 정도로 희소한 질환인 데다 질환 진단을 위한 검사법이 없어 문진으로만 진단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군발두통은 발병 후 진단하기까지 평균 5.7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김병수 분당재생병원 과장(제1저자)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인 ‘프론티어 인 뉴롤로지(Frontiers in Neurology)’ 2월호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2016년 9월~2020년 12월 15개 대학병원을 찾은 군발두통 환자 445명을 분석했다. 진단 지연 기간에 따라 전체 환자를 3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는데, 1그룹(발병 후 1년 내 진단)엔 135명, 2그룹(1~6년 내 진단) 148명, 3그룹(7년 이후 진단) 162명이 속했다.
분석 결과, 군발두통 발병 후 진단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년이었다. 전체 환자 중 69%가 1년 이상, 36%가 7년 이상 진단이 늦어졌다.
특히 젊은 군발두통 환자의 진단 지연이 심각했다. 청소년기(19세 이하)에 처음 군발두통이 나타난 환자의 90% 이상이 1년 이상 진단이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7년 이상 진단이 늦어진 3그룹의 연령별 비율은 20세 미만이 60%를 차지하는 반면 40세가 넘는 환자는 9%에 불과했다.
진단 지연 기간이 늘어날수록 환자들의 정서적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1년 이내 조기 진단을 받은 환자군을 제외하고 3그룹에서 불안 및 우울 등 정신과적 동반 질환을 가진 환자 비율이 점점 증가했다. 자살 충동과 두통 영향 지표(HIT-6)는 진단 지연이 길어질수록 지속적으로 늘어나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조수진 교수는 “청소년 군발두통 환자의 진단 지연이 심각한 것은 편두통으로 오진되기 쉽고, 어린 나이에 자신의 두통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거나, 학부모나 교사에게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오인되는 영향이 있다”며 “머리가 아픈 어린이가 적지 않고, 군발두통 외에도 편두통 등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성장 발달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성인에게도 군발두통 진단 지연이 흔하며 진단이 늦어질수록 정신과적 동반 질환 비율이 높아졌는데, 이는 뇌에서 통증을 처리하는 부위와 우울증 처리 부위가 공유하는 신경생물학 및 해부학적 위치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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