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가 아니라 투명 페트병이 산불을 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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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가 아니라 투명 페트병이 산불을 냈다고?

입력
2022.03.17 16:05
수정
2022.03.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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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산불 유력 용의자로 페트병 부상
물 담긴 페트병, 돋보기 효과… 가능성 충분
유리조각 등과 함께 쓰레기장 '자연발화' 주범

16일 오전 경북 울진군과 산림청,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가 울진삼척 산불 최초 발화지점인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인근 도로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사상 최장 산불기록을 남긴 울진산불의 원인은 무엇일까. 울진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 울진군 북면 두천리 도로변에서 발생, 213시간이 넘은 13일 오전 9시에 주불이 잡혔다. 1986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장 산불이다. 이전 최장 산불은 2000년 동해안 산불의 191시간이다. 둘 다 비가 내린 덕분에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피해도 산불치곤 엄청나다. 피해면적도 울진 1만8,463㏊ 등 2만923㏊로 역대급이다. 재산피해는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17일 현재 울진지역에서만 벌써 1,300억 원에 이른다. 도로 상하수도 삼림 등 공공시설이 1,192억7,000여만 원, 주택 농작물 축사 등 사유시설 81억8,000여 만원이다. 219세대 33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처럼 엄청난 피해를 남긴 울진산불 원인은 그 동안 담배꽁초가 유력하게 지목됐다. 발화지점 인근 폐쇄회로TV(CCTV)에 서너 대의 차량이 지나간 뒤 잠시 후에 도로변에서 연기가 나면서 급속하게 확산되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차량 운전자나 동승자가 담뱃불을 끄지 않고 꽁초를 밖으로 던져 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CCTV 등을 분석해 발화 직전 현장을 통과한 차량 4대를 파악, 운전자와 동승자들을 상대로 조사했으나 모두 흡연 사실을 부인했다.

그런데 16일 산림청 국과수 지자체 등 유관기관 합동감식에서 물이 든 투명 페트병이 새로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발화지점에 불에 녹은 페트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1차 조사에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녹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투명 페트병이 산불을 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의외로 페트병으로 추정되는 불은 자주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쓰레기장에서 발생하는 ‘자연발화’화재의 상당수가 유리병이나 깨진 유리조각, 페트병이 지목된다. 페트병 등이 돋보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화재 전문가들은 실효습도나 태양의 각도, 강도, 바람 등의 변수에 따라 불이 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유리조각이나 페트병뿐 아니라 나뭇잎 등에 맺힌 물방울도 불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유증기가 가득한 유칼립투스 숲에서 나뭇잎 등에 맺힌 오일이 돋보기 역할을 해 종종 불이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진군은 국과수 감식결과가 나오면 산림청, 경찰 등과 함께 화인에 대한 수사를 할 계획이다. 울진군 산림과 내 특별사법경찰권을 가진 직원은 검사 지휘를 받아 산림 관련 수사를 할 수 있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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