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인기 프로그램 '위대한 수업'
화려한 역대급 라인업 뒤엔 삼고초려 섭외기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더 쉽게 전달
김형준 PD "'어머니가 보신다'는 소감 기억에 남아"
'종의 기원' 리처드 도킨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을 비롯해 세계적인 석학 40명이 EBS에서 강연자로 나섰다. EBS와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공동 기획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석학의 강의를 볼 수 있는 강연 시리즈다. 지난해 9월 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 강의를 공개한 이후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달에는 '맨큐의 경제학'의 그레고리 맨큐,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강의가 공개됐다.
'위대한 수업'은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정보가 쏟아지고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지식'을 찾기 위해 근본부터 생각하자"는 접근에서 시작했다. '위대한 수업'을 총괄한 김형준 PD는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좋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국경에 관계없이 어디든 달려가서 시청자에게 전하려 했다"고 밝혔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교과서나 전공 서적에서 이름만 봤던 석학들을 직접 섭외하는 건 쉽지 않았다. 방송사도 프로그램도 낯설다보니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누가 나왔냐고 물어와 아직 나온 사람이 없다고 답하니 강연자가 되레 당황해 하기도 했다. 김 PD는 "도킨스는 섭외 메일 수십 통에 자필 편지를 보내도 답이 없어 페이스북 메시지까지 보냈다"며 "거의 석 달 만에 온 답장이 '도대체 너희는 누구냐'는 거였다"고 전했다. '소프트 파워'를 제시한 조지프 나이를 섭외하기 위해선 국내외 학계 인력을 총동원했다. 지난해 내한 불발로 인터뷰 일정이 취소된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계신 곳으로 찾아가겠다" 하니 "여기로 온다고?"하며 놀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섭외에 '진심'인 제작진의 정성은 통했다. 제작진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을 비롯해 약 15개국을 찾아 석학을 만났다. 최현선 PD는 촬영 현장에서 직접 그린 초상화를 석학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김 PD는 점점 섭외가 수월해진다고 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이전에 출연하신 분들도 있으니까 대충 뭐 이상한 애들은 아니구나 하나봐요."
지난해 9월 퀴어 이론의 대가인 언어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섭외를 두고는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선 제작진도 검토한 후 섭외 요청을 보낸 상황이었다. 강의는 변동 없이 방송됐다. 김 PD의 설명에 따르면 버틀러 교수도 본인이 주목받는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 괜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준비해 온 원고를 들고 읽었다. 김 PD는 "사회적 갈등이 있을 때 가장 깊은 곳에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는 게 프로그램의 취지인 만큼 방송에서 이야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어 기존 계획대로 방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대한 수업'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강의를 최대한 '덜 어렵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마이크 샌델은 한국 청중 50명과 화상으로 질의응답하는 토론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는 시청 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더빙판 서비스를 재개했다. 김 PD는 "'저희 어머니가 방송을 보시더라'는 시청 소감이 가장 감사했다"고 밝혔다. '위대한 수업'은 향후 대중음악, 요리 등 문화예술·실용 분야 강의를 선보이며 더 알찬 라인업으로 더 쉽게 다가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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